"일단 받자" 마통, 5일 간 3만개 개설신용대출 1억 받아 집사면 대출금 회수영끌 막차 떠났다… 남은 건 제 2금융권
  • "대출문의가 뚝 끊겼네요." 한 시중은행 관계자의 말이다. 30일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규제가 시작된 첫 날 은행 창구의 혼선은 없었다. 

    지난 13일 신용대출 규제가 예고되면서 목돈이 필요한 사람들은 일찌감치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등으로 자금을 융통한 탓이다. 주택자금으로 신용대출이 막히면서 제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거세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일단 받자" 마통, 5일 간 3만개 개설

    고강도 신용대출 규제 시행을 앞두고 미리 돈을 빌리는 수요는 급증했다. 지난 20~26일간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에 신규 개설된 마이너스 통장은 3만827개로 집계됐다. 정부의 신용대출 규제 발표 이전에는 하루 2000개 남짓이었던 것이 세 배이상 증가한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주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에 대한 문의가 빗발쳤다"면서 "미리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한 뒤 향후 주택자금으로 쓰일 때 규제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장 돈이 필요한 수요자들은 금리가 더 낮은 신용대출을 선호하지만 미래 자금으로 한도를 확보하는 차원에서는 마이너스 통장 개설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도 시행 이전에 신용대출을 1억원 넘게 보유하고 있거나, 이를 향후 연장·재약정 한다면 규제 대상이 아니다. 마이너스 통장은 실제 사용한 금액이 아니라 약정액이 신용대출 총액으로 간주된다.

    ◆ 신용대출 1억 받아 집사면 대출금 회수 

    이날부터 적용된 규제의 핵심은 1억원 이상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이 1년 안에 규제지역서 주택을 구입하면 신용대출은 14일 안에 강제로 회수된다.

    또 연소득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가 신용대출을 1억원 초과해 받으면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이하 규제를 받는다. 지금껏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역 내 9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만 차주 단위의 DSR 40%가 적용됐다. 

    동시에 대출 심사도 한층 까다로워진다. 대출 용도가 주택구입에 쓰이는 지 면밀하게 살피겠다는 의미이다. 

    은행권은 신용대출 규제와 별도로 대출한도와 우대금리를 각각 축소하는 등 대출 조이기에 나선 상태다. 

    KB국민은행은 23일부터 소득과 관계없이 신용대출이 1억원 넘는 차주에 DSR 40% 규제에 들어갔다. 신한은행도 28일부터 연소득 8000만원 초과 차주의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한 DSR 규제에 돌입했다. 농협은행은 이날부터 연말까지 올원직장인 대출 한도를 최대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한다. 
  • ◆ 영끌 막차 떠났다… 남은 건 제 2금융권 

    당국이 신용대출을 조이는 이유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서다. 

    한국은행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3분기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585억5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판매신용 잔액은 96조6000억원으로 가계신용은 총 1682조1000억원이나 된다. 2분기 말과 비교했을때 44조9000억원이나 증가한 규모다. 특히 주담대는 17조4000억원이 증가했다. 

    일각에선 이러한 규제로 저신용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고소득자를 겨냥한 '핀셋 규제'를 내놨으나 은행의 대출심사가 한층 강화된 만큼 중저신용자들도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신용대출을 통한 주택자금 마련이 제한되면서 제 2금융권을 통한 대출이 확대되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미 저축은행업계에선 지난 추석 이후, 은행권의 신용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가계대출 잔액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9월말 기준 저축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29조5913억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1조8267억원 증가했다. 관련 통계 작성이래 최대 증가폭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 초까지 필요한 가수요는 상당부분 마이너스 통장 등으로 흡수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저신용자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금리가 비싼 카드론, 대부업 등으로 밀려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