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해도집 도입 확정…향후 명칭 대신 번호로 표기동해 병기 '절반의 성공'…출판물 일본해 기록 남아
  • ▲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 사무실에서 관계자들이 동해로 표기한 자체 홍보물과 동해와 일본해가 병기된 외국 출판물 등을 소개하고 있다.ⓒ연합뉴스
    ▲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 사무실에서 관계자들이 동해로 표기한 자체 홍보물과 동해와 일본해가 병기된 외국 출판물 등을 소개하고 있다.ⓒ연합뉴스
    국제수로기구(IHO)가 바다 이름을 명칭 대신 번호로 표기하는 방식의 새 해도집을 도입하기로 확정했다. IHO가 일본해를 단독 표기하고 있는 해도집 표준 'S-23'(해양과 바다의 경계)을 개정하기로 함에 따라 동해 표기 확산의 전기가 마련됐다.

    하지만 이번 결정과 세계 각국 지도에 동해를 병기하는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어서 앞으로도 동해 표기를 둘러싼 한일 외교전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16~18일 화상으로 열린 제2차 IHO 총회에서 논의했던 'S-23의 미래에 대한 비공식협의 결과 보고'가 1일 최종 결정됐다고 밝혔다. IHO는 국제수로 업무와 해상안전에 관한 국제협력과 표준화를 위해 설립한 국제기구로, 현재 93개 회원국이 가입했다.

    이번 보고에는 △해역을 고유번호로 표기하는 디지털 방식의 새 해도집 표준(S-130) 개발 △아날로그 방식 기존 표준(S-23)의 출판물로의 의미 △해역 속성 정보 표시방법에 관한 지침 개발 검토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세계 각국이 지도를 만들 때 바다 명칭을 표기하는 기준이 되는 IHO 새 해도집에서 아예 명칭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1929년 초판이 나온 S-23은 동해를 '일본해'라고 표기했다. 우리나라는 뒤늦은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동해 병기를 요구해왔으나 일본의 반대에 막혀왔다. 이번 IHO 총회에서 일본해를 단독 표기 중인 S-23을 사실상 더는 표준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함에 따라 동해 표기 확산의 큰 걸림돌이 제거됐다는 게 우리 정부의 견해다. 그동안 일본은 S-23을 일본해 주장의 주요 근거로 활용해왔다.

    S-130이 언제부터 S-23을 대체할지는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숫자, 문자 배열과 같은 식별번호 부여 방식 등 구체적인 내용은 오는 2023년 열릴 예정인 IHO 총회 때에나 윤곽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앞으로 민간과 협력해 동해 표기 확산을 위한 외교 활동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먼저 디지털 수로업무분야 선도국으로서 새 표준(S-130) 개발과 상용화 과정에 적극 참여해 동해 표기 확산의 기반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에 우리나라가 제안한 IHO 이러닝 센터(회원국 기술자 온라인 교육시스템) 구축과 IHO 기술결의 개정 의제가 의견일치 합의로 통과됐다"면서 "IHO 제반업무에 대한 정의와 기준을 수록한 기술결의에 우리나라가 선도하는 차세대 전자해도 표준(S-100) 관련 내용이 반영될 예정이다. 우리가 앞으로 S-130 개발과정에서 우리 기술력을 활용해 논의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기회가 생겼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그동안 외국 정부와 민간을 대상으로 펼쳐왔던 동해 표기 확산 노력을 계속 기울이는 한편 온라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해 전방위적인 시정·교섭 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