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연내 상장설… IPO 통해 자금 확보 전망SK이노베이션, 1조 규모 그린본드 발행… 美 2공장 증설 '순항'
  • ▲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LG화학
    ▲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LG화학
    새해 벽두부터 국내 전기차 배터리업계에 자금조달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일 공식 출범한 LG에너지솔루션은 조기 상장설이 제기되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은 그린 파이낸싱을 통해 1조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조기 상장으로 마련된 자금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SK이노베이션 역시 미국 조지아2공장 증설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 중 상장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주요 증권사에 보낼 예정이다.

    빠르게 추진될 경우 연내 상장도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1분기 중 주관사 선정 후 지정감사를 받은 뒤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면 상반기에 승인받을 수 있다.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 하반기에는 증시에 입성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이와 관련, LG에너지솔루션 측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며 "확정되는 사안이 있으면 공식적으로 알리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관측이 제기되는 것은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신 모델 출시에 이어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에 착수하고 있으며 애플까지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배터리 패권 다툼을 하고 있는 중국 CATL이 회복 중인 내수시장을 앞세워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만큼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는 신속한 자금조달이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인 것이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2월1일 공식 출범식에서 지난해 추정치 기준 13조원의 매출을 2024년 30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100GWh 수준인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3년 200GWh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상장을 통한 투자 여력 확보로 계획 달성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가 최대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IPO를 통해 10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이 2차 전지사업을 분사한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대규모 자금 조달을 통한 선제적 투자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었다"며 "전기차와 2차 전지 산업이 급성장하는 시기로 진입했고, 재원 확보를 위한 분사 목적을 명확히 했던 만큼 자금 조달을 늦출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 ▲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제1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 ⓒSK이노베이션
    ▲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제1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 ⓒSK이노베이션
    이에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최대 10억달러(약 1조원) 규모의 그린본드(Green Bond)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린본드는 발행자금을 환경 개선이나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친환경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만 사용하도록 자금 사용처를 제한한 특수목적 채권이다.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자회사 'SK배터리아메리카(SKBA)'가 그린본드를 이달 중 발행하고 SK이노베이션이 채무보증을 서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와 관련, SK이노베이션은 최근 SKBA의 10억달러 규모 사채 발행 관련 채무보증을 결정했다.

    조달한 자금은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2공장 증설에 사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착공한 SK이노베이션의 2공장은 11.7GWh 규모로, 2023년 양산이 목표다. 건설비용은 약 1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월 SKBA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미 8944억원을 투자했다. 이번 그린본드 발행으로 나머지 비용을 충당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도모할 방침이다. 앞서 착공한 1공장은 9.8GWh 규모로, 상반기 중 시운전에 들어가고 내년 초 본격 양산을 시작한다. 2023년에는 조지아1·2공장에서만 생산능력이 연간 21.5GWh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차 43만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게다가 물류비용 절감, 현지 공장을 활용한 미국 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대한 안정적 배터리 공급 기반 확보 등으로 추가적인 수주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1·2공장과 함께 2025년까지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을 현재 19.7GWh 수준에서 100GWh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헝가리 코마롬에도 2공장에 이어 3공장을 설립할 것으로 보이며 중국에서는 창저우, 옌청에 배터리 공장을 확보한 가운데 후저이우에도 생산라인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토대로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3위 안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1월까지 판매된 전 세계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5위에 랭크됐다. 사용량 6.5GWh로 시장점유율 5.5%를 기록했다. 연간 순위에서는 중국 BYD와 5위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ESG경영을 강화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경영전략과도 맞물린다. 그린본드 발행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이 친환경 미래사업으로서 가치와 성장성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기업 이미지 제고와 기업가치 상승 등 효과도 기대된다.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 중심 기업으로 도약을 위해 전사적으로 ESG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김준 총괄 사장이 ESG경영을 적극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조직 개편으로 SK그룹 최고 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신설된 환경사업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생산 증설은 물론, 고성능 제품 생산을 위한 R&D, 노후 배터리 재사용, 배터리 임대 등 서비스 사업 확장 등을 고려했을 때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성장 시장의 경우 초반 주도권 확보가 중요한 만큼 K배터리 업계의 자금 확보전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