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보생명이 자사의 재무적 투자자(FI)와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갈등으로 시끄럽다. 법적 공방으로 치닫으며 진흙탕 싸움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들 사이에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해당 갈등의 배경은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모펀드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9.05%)와 IMM PE(5.23%), 베어링 PE(5.23%), 싱가포르투자청(4.5%) 등은 '어피너티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 2054억원에 매입했다.
이때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2015년 9월말까지 교보생명의 IPO(기업공개)가 이뤄지지 않으면 최대주주인 신창재 회장 개인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교보생명이 저금리 및 규제 강화로 해당 기한까지 IPO를 성공시키지 못하자,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했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자신들의 지분 가격 책정을 위해 회계법인인 '딜로이트 안진'에게 가격을 의뢰했고, 이들은 주당 40만 9000원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교보생명 측은 주당 가격이 20만원 안팎으로 책정되어야 합당하며, FI 진영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했다.
교보생명은 풋옵션 행사가격이 행사일인 2018년 10월 기준으로 책정되어야 하는데, 주요 보험사들의 주가가 높았던 2017년 6월부터 2018년 6월까지의 평균 주식을 가치 삼아 가격을 높였다는 지적이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딜로이트 안진 평가보고서를 근거로 2019년 3월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법원에 국제 중재를 신청했다.
교보생명도 반격에 나섰다. 회계법인이 FI들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용역을 수행했다며, 지난해 3월 미국 회계감독위원회에 딜로이트 안진을 고발했다. 지난 4월에는 검찰에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추가 고발에 나섰다.
지난 18일 서울중앙지검이 딜로이트 안진 소속 회계사와 FI 임원들에게 기소 결정을 내렸지만,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물러날 기색이 없는 모양새다.
컨소시엄 측은 21일 입장문을 내고 해당 책임을 신창재 회장에게 전가했다.
컨소시엄은 "FI의 지분을 다시 살 의무가 있는 신창재 회장은 가격을 제시하지 않고, 평가기관을 지정하지도 않았다"며 "만일 신창재 회장이 지정한 다른 평가기관이 20만원을 산출해 제출했다면 계약서에 따라 양측의 가격 차이가 10%를 넘어 두 가격은 무효가 됐을 것이다. 이후 다시 협의해 제3의 평가기관에 가격 산출을 의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교보생명 측은 "저금리와 자본규제 강화라는 업계 재난적 상황에 부딪혀 IPO를 이행할 수 없었다"며 "이 사실은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고 있는 어피너티 측도 잘 알고 있었고, 이와 별개로 신창재 회장이 어피너티 측 대표와도 수차례 논의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창재 회장은 공정시장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협상하려는 의사를 어피너티 측에 전달했으나, 안진 회계법인의 평가금액 40만 9000원을 근거로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아직 재판 단계가 남아있다. 양측의 의견차가 커 향후 몇년간 해당 분쟁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통상 기업간 지분 분쟁은 1심에서 마무리되지 않는다는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법원과 국제상공회의소가 FI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 교보생명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업계는 교보생명의 주주 분쟁 장기화로 보험산업 전체의 타격을 우려하는 눈치다.
생보업계 3위의 리딩기업인 만큼 주주간 분쟁이 경영 안정성과 평판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코로나19,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 등 보험업계의 악재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주주간 분쟁 장기화는 기업 저평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아울러 분쟁 결과와 상관없이 FI의 지분을 언젠가는 다시 사들여야 한다. 최소 1조원의 넘는 금액의 지출이 예상되 신창재 회장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들간 국제상공회의소 중재법원의 법리검토 청문회는 지난해 9월 진행됐으며, 오는 3월 정식 청문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업계는 이르면 올 하반기에나 최종 중재 판결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