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상고 포기 징역 확정...1년 6개월 추가 수감생활옥 중 첫 메시지 '지속적 투자 기조' 강조... 어수선한 사내 분위기 달래'시스템반도체 2030 비전' 힘 실어 투자 지체 우려 '일단락'또 다른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총수 부재' 영향은 여전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해 재상고를 포기하면서 삼성전자는 우려했던 총수 공백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이 부회장은 앞서 복역한 1년을 제외한 나머지 1년 6개월 동안 수감생활에 대비해 경영진과 임직원에게 차질없이 업무에 임하기를 당부하는 동시에 기존에 세웠던 선제적 투자 기조를 이어가주길 부탁했다.

    하지만 글로벌 IT업계에서 미래사업을 준비해야 하는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올해와 내년에 총수 공백이 확정되면서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 전략에는 여전히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수감된 상태에서 임직원들에게 첫 메시지를 전달하며 뒤숭숭한 사내 분위기 달래기에 나섰지만 총수 공백 상황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옥 중에서 변호인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무엇보다 국민과 약속한 투자와 고용 등 기업의 본분에 충실하길을 당부했다. 총수 구속으로 내부 분위기는 이미 불안함으로 가득하지만 평소와 다름 없이 업무에 매진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임직원들을 다독였다.

    이 부회장의 이 같은 메시지는 최근 자신의 구속이 결정되며 터져나오는 삼성 경영 상황에 대한 우려를 일축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7년 이 부회장의 1년에 걸친 수감에 이어 이번 판결로 또 다시 1년 6개월 여의 경영 공백이 예상되면서 삼성 내부는 물론이고 국내와 글로벌 시장에서도 삼성의 앞날에 대한 걱정이 줄이었다.

    특히 삼성이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예정했던 대규모 투자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에 이목이 쏠렸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이미 세계 최강자 자리를 굳힌 삼성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필수적인 기초 투자를 올해와 내년에 걸쳐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이른바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또 한번의 과감한 도전을 위한 청사진을 밝혔다. 향후 10년 간 133조 원이라는 거금을 투입해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초격차 전략으로 선두주자를 따라잡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가동하는데 있어 결정적으로 힘을 실어준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을 떠나게 되면서 가장 먼저 우려를 산 부분도 바로 시스템 반도체 분야다.

    더구나 현재 삼성이 추격하고 있는 글로벌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가 올해만 30조 원이 넘는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알려지며 위기감은 더 현실로 다가왔다. TSMC도 향후 차량용 반도체 등 차세대 반도체 시장이 크게 개화하기에 앞서 설비와 연구·개발(R&D)에 투자해야 하는 적기가 시작됐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 부회장이 옥 중에서도 신경을 썼을만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선제적인 투자는 향후 삼성의 미래를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이 부회장이 직접 지속적인 투자를 당부한만큼 해당 분야에 대한 삼성의 기존 계획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이란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삼성은 최근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과 맞물려 현지 반도체 생산기지인 텍사스 오스틴 공장을 증설하는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삼성이 오스틴 공장 증설에만 100억 달러(약 11조 원) 이상을 투입해 파운드리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을 앞다퉈 내놓고 있지만 정작 삼성은 이 부회장의 구속 수감 등 대내외적으로 복잡한 상황 속에 이 같은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
  • ▲ 평택 3공장 건설현장을 점검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 평택 3공장 건설현장을 점검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삼성의 미래 투자 핵심인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계획이 실행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반면 이외의 인공지능(AI), 5G, 로봇, 자율주행 등 삼성이 선제적으로 투자해 확보해야 할 미래 먹거리 분야에 있어서는 좀처럼 우려를 접어두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글로벌 유수의 IT 기업들이 앞다퉈 해당 분야의 선진 기술을 연구하고 초기 기술 기업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인 M&A에 나서고 있다.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 미래사업 확보전에서 총수 공백 상황인 삼성이 예전처럼 대규모 M&A를 추진하며 시장에 뛰어들기에는 애로사항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은 지난 2017년 이 부회장이 구속 전 인수 결정을 내린 전장업체 '하만(Harman)'을 제외하곤 이후 성사된 대규모 M&A가 전무한 상황이다. 삼성이 글로벌 M&A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던 사이 구글과 아마존 등 글로벌 경쟁자들은 유망한 기업 다수를 인수해 이미 시너지 창출 작업에 들어갔다. 국내에선 LG도 전장업체 'ZKW' 인수에 성공하는 등 조단위 빅딜로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사업 구상에 돌입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또 한차례 긴 시간 동안의 경영 공백을 고려해 상당부분 중요한 투자 결정을 마무리 지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빠르게 돌아가는 글로벌 IT시장에서 발생하는 기회요인에 총수의 최종 투자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은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삼성의 행보가 국내 나머지 기업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