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만원대 육박 가격 메리트 없어부실한 편의사양과 떨어지는 반자율주행기능도 발목한국선 가솔린 대신 디젤만 고집… 떨이 시장 취급수입차 대중화 선언에도 골프 등 차기작 기대감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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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스바겐코리아

    폭스바겐코리아의 수입차 대중화 전략이 첫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선봉장 격인 소형 SUV 티록이 국내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다.

    올 1월 출시 이후 두 달간 판매는 143대에 그쳤다. 최신 모델이란 점과 가장 수요가 많은 소형 SUV란 사실을 감안하면 기대 이하의 성적표다.

    무엇보다 높은 가격대가 부진의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이 외 부실한 편의사양과 시대흐름에 맞지 않는 디젤모델이란 점 등도 국내 고객들이 외면하는 또 다른 이유로 지목된다.

    1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폭스바겐 티록의 지난달 판매량은 103대를 기록했다. 전월 40대에 비해 두배 이상 늘었지만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판매 부진의 결정적 요인은 높은 가격대다. 티록은 기본모델인 스타일 트림이 3599만원이며 프리미엄과 프레스티지는 3934만원, 4032만원으로 책정됐다.

    국내 동급 소형 SUV와 견줘보면 가격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1959~2853만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기아 셀토스 가격대도 1934만~2986만원 수준이다. 현재 국내 소형 SUV 시장을 이끌고 있는 두 모델에 비해 천만원 이상 비싼 셈이다.

    높은 가격대가 걸림돌이 되는 이유는 티록의 주 타깃층이 2030 젊은 세대의 여성 고객이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티록 뿐만이 아니라 소형 SUV 모두에 해당된다.

    첫 차를 구매하려는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4000만원의 가격대는 다소 무리라는게 시장의 전반적인 반응이다.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소형 SUV 기본 가격을 1000만원 후반대로 책정하는 주된 이유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 완성차들과 비교해 실내공간이 넓거나 편의사양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실내공간을 결정짓는 축간거리(휠베이스)를 보면 티록은 2605mm이다. 트레일블레이저(2640mm)와 셀토스(2630mm)이 비해 25~35mm 짧다.

    실제 시승을 해본 한 고객은 "뒷좌석은 성인남성이 앉기에 매우 불편한 정도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3600만원의 스타일 모델은 스마트키가 적용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후방카메라조차 없다. 운전이 다소 미숙할 수 있는 초보 운전자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주는 부분이다.

    반자율주행에서도 문제다. 장거리 주행에 유리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기능은 프리미엄 모델부터 적용된다. 4000만원에 가까운 모델을 선택해야만 반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할 수 있단 얘기다.

    차로유지보조, 차선이탈방지 등의 기능은 프레스티지 모델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 모두가 초보 운전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기능이란 점에서 국내 고객들 사이에선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가 나온다.

    시대흐름에 맞지 않게 디젤모델만 출시했단 사실도 부진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티록은 국내를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는 가솔린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는 이번에 들여오지 않았다.

    벤츠, BMW, 볼보 등 국내 시장을 이끌어가는 수입차 브랜드들이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가 결합된 마일드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선보이는 것과 반대되는 행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환경규제가 심한 유럽에서 판매하기 어려우니 국내로 디젤 모델만 들여왔다고 지적한다. 티록이 지난 2017년 글로벌 시장에 론칭돼 유럽에서는 끝물이란 사실은 이같은 지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앞서 슈테판 크랍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지난해 10월 15일 열린 폭스바겐 미디어데이를 통해 수입차 대중화 의지를 밝혔다.

    당시 크랍 사장은 "티록, 파사트 GT 등 내년까지 폭스바겐코리아 역사상 가장 강력한 7개 제품 라인업을 구축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한국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고 완벽한 '수입차 시장의 대중화'를 이끌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티록의 부진은 폭스바겐코리아의 수입차 대중화 전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올 가을 출시가 예정된 8세대 신형 골프(The all-new golf) 흥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업계 관계자는 "디젤모델만 즐비한 폭스바겐이 한국을 떨이 시장으로 여기는 행태는 오래전부터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며 "티록의 부진이 놀랍지도 않다. 국내 시장을 쉽게 판단한 결과가 판매량으로 드러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 ▲ 슈테판 크랍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 지난해 10월 15일 열린 미디어 데이에 참석해 한해 성과에 대해 발표했다.ⓒ폭스바겐코리아
    ▲ 슈테판 크랍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 지난해 10월 15일 열린 미디어 데이에 참석해 한해 성과에 대해 발표했다.ⓒ폭스바겐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