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 사명 교체에 '대우' 명성 역사 속 기록으로수십년간 꾸준히 간판 바꾼 증권사들, 인수합병 후속조치 가장 흔해불명예 지우고, 변화·혁신 방향성 담기도
  • 미래에셋대우가 옛 이름인 미래에셋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한다. 지난 2016년 미래에셋증권의 KDB대우증권 합병으로 공식 출범한 이후 5년 만의 간판 교체에 업계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외에도 수십년간 수많은 증권사가 기존 인지도를 버리고 새 이름을 채택했다. 흔하게는 인수합병에 따른 후속조치에서부터, 새로운 사업 확장 등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대우', 역사의 뒤안길로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9일 출범 5년 만에 사명 변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새 이름은 '미래에셋증권'으로 인수한 대우증권의 '대우'는 빠지고 인수 이전의 명칭으로 돌아간다.

    이번 사명 변경은 국내외 통일된 CI(기업 이미지)를 사용함으로써 브랜드 파워 강화와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추진하기 위해서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 그간 해외에선 상표권 문제와 그룹 차원의 글로벌 사업을 위해 '대우' 브랜드를 쓰지 않았다. 국내 사명에선 포스코인터내셔널에 브랜드 로얄티를 지불하며 사용하고 있다.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 맞춰 사명 변경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대우의 전신인 대우증권은 1970년 초반 증시 태동기에 설립된 이후 수십년간 증권업계를 주름잡았다. 압도적인 맨타워를 토대로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는 등 '증권 사관학교'로 자리매김하면서 자부심도 강했다. 

    미래에셋증권과의 물리적 합병 이후로도 화학적 결합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다. 당시 미래에셋그룹은 대우증권이 갖는 한국 증권사 역사성을 고려해 사명에서 대우증권 이름을 살렸다. 대신 해외법인명에서만 '대우' 명칭을 뺐다. 

    과거 업계를 주름잡던 우리투자증권(NH투자증권)·동원증권(한국투자증권)·현대증권(KB증권)이 합병 이후 사명을 교체했던 것처럼 이번에 미래에셋대우가 사명에서 '대우'를 지움으로써 대우의 명성도 역사 속 기록으로 남게 됐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업계 탑티어로 주름잡던 맨파워는 남아 있지만 그 이름은 사라졌다는 게 아쉽다"면서 "오너 기업에 흡수·합병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대우' 명칭이 5년간 유지된 것도 흔한 일은 아니다"고 전했다.

    ◆인수합병 후속조치 가장 흔해…오명 지우고, 변화·혁신 방향성 담기도
  • 기업 입장에서 사명을 변경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비용 부담이 있다.

    추가 CI 변경 작업이 불가피해 상호 전환을 위한 판매관리비 등 제반 비용이 가중된다. 지점 간판에서부터 HTS·MTS 내 CI 교체는 물론 전직원 명함 제작, 새로운 회사명을 알리기 위한 광고비용, 각종 서류 수정·반영, 사명 교체를 위한 제도적 절차 등 후속 작업 부담이 적지 않다. 지난 2009년 굿모닝신한증권에서 신한금융투자로 사명을 바꿀 때에도 그 당시 60억원이상 소요됐다. 

    그럼에도 기존 인지도를 포기하면서까지 증권사들이 사명을 변경하는 이유는 새로운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드라마틱한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수십년간 수많은 증권사가 각양각색의 이유로 사명을 변경해왔다. 인수합병에 따른 후속조치 차원에서, 또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상쇄하기 위해서나 변화와 혁신을 지향하면서 간판을 교체했다.

    가장 흔한 사례는 인수합병 후속 조치로 인한 사명 변경이다. 

    현대차증권은 지난 2017년 HMC투자증권에서 현재의 사명으로 교체했다. 지난 2008년 현대자동차그룹이 신흥증권을 인수한 후 현대차IB증권으로 사명을 바꿨지만 현대증권을 거느린 현대그룹이 상표권 사용금지 가처분소송을 내 HMC(HYUNDAI MOTOR COMPANY)로 교체했었다. 이후 2016년 현대증권이 KB금융에 매각되면서 10년의 기다림 끝에 현대차 브랜드 후광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유안타증권의 옛 이름은 동양증권이다. 지난 2014년 동양사태를 겪은 뒤 대만계 금융사 유안타그룹에 매각되면서 사명을 변경했다. 인수합병이 표면적 이유였지만 당시 동양 사태로 생긴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동양그룹 계열사 회사채·CP(기업어음) 불완전 판매 여파로 브랜드 신뢰성이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변화와 혁신을 지향하며 사명을 교체한 사례다. 당시 굿모닝신한증권은 금융업종 간 장벽을 없애는 자본시장통합법 제정과 함께 금융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목표로 업계 최초로 사명에 '증권'이란 이름을 떼고 '금융투자'를 채택했다. 기존 브로커리지에 국한된 이미지를 탈피해 종합 자산관리와 신사업 영역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지난 2015년 이트레이드증권에서 사명을 변경, 새 출발을 알렸다. 지난 2008년 대한민국 최초 온라인전문증권사로 출발한 이후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종합증권사로서의 외형 확대 의지가 담겼다. 

    그밖에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4월 종금업 라이선스 만료로 메리츠종금증권에서 사명을 교체했다.

    한편, 인수합병 이후 사명 교체가 흔한 일이지만 오히려 고유의 기업명을 살려 효과를 보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18년 DGB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된 하이투자증권이다. 

    DGB금융의 영업권은 대구·경북 지역에 집중돼 있지만 당시 하이투자증권은 부·울·경은 물론 수도권 등 전국적인 점포를 갖고 있었다. 하이투자가 지난 10년여간 쌓아온 네임밸류를 활용해 DGB금융은 수도권과 동남권으로 영업 기반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래의 이름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판단이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사명은 대중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수단이자 기업의 정체성"이라면서 "기존 인지도를 포기하고 각종 상호 변경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사명을 바꿀 때에는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확실한 도약이 담보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