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톈진공장 3천억 추가 투자-R&D 투자비는 사상 최고낮은 부채비율-이익창출력 개선으로 '양과 질' 동시 겨냥
  • ▲ 삼성SDI. ⓒ권창회 기자
    ▲ 삼성SDI. ⓒ권창회 기자
    삼성SDI가 견실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증설과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한편, 초격차 기술 개발을 통해 양과 질을 모두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개선 중인 이익창출력을 바탕으로 재무건전성이 제고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중장기 성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원통형 배터리 생산을 늘리기 위해 연내 중국 톈진공장 증설에 돌입한다. 투자 규모는 3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1위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를 공략하기 위한 '배터리 초격차'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재 삼성SDI는 톈진에 배터리를 생산하는 1·2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는 모빌리티 업계의 화두다. 원통형 배터리는 전동공구 등을 비롯해 e모빌리티로 대표되는 전기자전거 시장이 확대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테슬라가 생산하는 전기차 모델에 장착되는 배터리 대부분이 원통형이라는 점에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삼성SDI가 생산하는 원통형 배터리는 18650(지름 18㎜×높이 65㎜), 21700(지름 21㎜×높이 70㎜) 두 가지로, 테슬라 모델S, 모델X, 모델3에 장착되는 크기와 동일하다. 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내는 완성차 업체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촉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SDI 측은 "현재 전동공구, 전기자전거 등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원통형 배터리 수요에 맞춰 공장 증설을 검토 중"이라며 "테슬라 등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 계획은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올해는 헝가리 법인에도 약 1조원의 투자를 진행해 배터리 공장 증설과 2공장 설립을 검토한다.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를 통해 4038억원을 조달하고 동시에 현지 금융권을 통해 4억유로(약 5384억원) 규모의 채무보증도 맡기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재 30GWh 규모에서 최대 50GWh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곳에서 생산될 5세대(Gen5) 전기차 배터리는 BMW, 폭스바겐 등 유럽 고객사들을 중심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지난해 삼성SDI는 1조5719억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동시에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입, 차세대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지난해 R&D 비용은 8083억원으로 2017년 5259억원 이후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6.59% △2019년 7.05% △2020년 7.15% 등이다.

    삼성SDI는 R&D 비용을 차세대 기술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기존 배터리보다 긴 거리를 달릴 수 있거나, 원가를 절감한다면 매년 성장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 측은 "전기차 시대를 예견하고 배터리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를 해왔다"며 "연구개발비가 초격차 기술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배터리 용량을 더욱 획기적으로 늘릴 양극과 음극 소재 기술 연구에서 성과를 거뒀다. 양극 소재에서는 니켈 함량을 90% 이상으로 높이고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키는 기술을 계속 연구 중이다.

    또한 차세대 음극 기술로 꼽히는 실리콘 음극 분야에서 특허받은 독자기술인 SCN(Silicon Carbon Nanocomposite)을 개발했다. 실리콘을 나노화하는 등 최첨단 기술을 적용해 단점으로 지목되던 팽창 문제를 해결했다.
  • ▲ 삼성SDI 천안사업장. ⓒ연합뉴스
    ▲ 삼성SDI 천안사업장. ⓒ연합뉴스
    삼성SDI는 니켈 함량을 88% 이상으로 높여 에너지 밀도를 향상한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져 주행거리가 1회 충전시 600㎞ 이상 주행이 가능하게 됐으며 희소금속인 코발트 비중도 낮춰 원가도 20%가량 절감했다.

    올 하반기 출시할 Gen5 배터리에 NCA 양극재가 적용되며 이 배터리는 앞서 삼성SDI와 장기 공급계약을 맺은 BMW의 신규 전기차 모델에 우선 탑재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도 2027년 양산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2023년 소형 셀, 2025년 대형 셀 검증을 각각 마친 뒤 2027년부터 본격 양산하겠다는 것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의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하는 기술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폭발 가능성과 크기·수명 등 단점을 보완하는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때문에 모빌리티와 IT 시장을 뒤흔들 '게임 체인저'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SDI는 이 같은 투자에는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사업부장 출신인 전영현 사장의 기술경영 철학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전 사장은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고객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며 "초격차 기술을 확보한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이 같은 신증설과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것은 탄탄한 재무구조 덕분인 것으로 분석됐다.

    부채비율, 차입금의존도 등 재무건전성 지표가 2016년 물적분할 및 매각 이후 악화하고 있으나, 그 폭이 크지 않은 데다 절대적인 수치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부채 규모는 8조1753억원으로, 2016년 3조9362억원에서 4년 연속 늘어났다. 이 기간 케미칼 부문 매각대금 2조3000억원 유입 등 자본 확충도 이뤄졌으나,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다 보니 부채비율도 높아졌다.

    지난해 자본총액은 13조3589억원으로, 최근 5년 평균 11조7109억원에 비해 14.0% 증가했으며 부채는 5년 평균 5조5048억원에서 48.5% 늘어났다. 부채비율은 61.1%로 5년 평균 46.54%에서 14.6%p 높아졌다.

    차입금 역시 궤를 같이한다. 차입금 규모는 3조9118억원으로, 5년 평균 2조1893억원에 비해 78.6% 증가하고, 차입금의존도도 5년 평균 18.2%에서 29.28%로 악화했지만 낮은 수준의 의존도를 유지하고 있다.

    유동비율 저하(113%, -24.9%p), 단기차입금 비중 상승(62.0%, 12.5%p) 등 재무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현금창출력 개선으로 제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증권가에서는 삼성SDI가 올해 매출 13조5761억원, 영업이익 1조643억원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출액은 전년 11조2947억원에 비해 20.1% 늘어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며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713억원에서 58.5% 증가하면서 '영업익 1조 클럽'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중기적으로 제고된 영업활동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투자 부담의 상당 부분을 충당하면서 우수한 재무안전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또한 대규모 보유 지분을 활용한 조달 여력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우수한 재무완충력을 견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