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규제 2년 유예천연 97.7%, 인조 94.3% 중국 의존"문제 없다" vs "3년 필요"대체 확보 이제 시작… "아직은 역부족"
  • 의존도 90%가 넘은 중국산 흑연을 대체할 수 있을까?

    국내 배터리 3사들은 "美 제재가 유예된 2년이면 충분하다"며 자신하고 있지만 중국측은 "최소 3년이 필요할 것"이라고 딴지를 걸고 있다.

    14일 영국 금속 가격 조사기관 패스트마켓츠(Fastmarkets)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업계는 한국이 비중국 흑연 공급망을 구축하기까지 최소 3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음극재 제조 A업체는 패스트마켓츠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수년 간 배터리 및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 (흑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현지 공급망을 구축하려 시도했다"면서도 "이들의 프로젝트들이 상업 생산을 시작하려면 3년은 지나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이달 IRA 최종 지침을 발표하면서 중국 흑연 규제를 2년 유예했다. 중국산 흑연을 사용한 배터리와 이를 탑재한 전기차도 2026년까지 IRA 보조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됐다. 

    국내 배터리사들은 2년간의 시간을 벌게 된 셈이지만 관건은 대체 흑연 확보에 달렸다.

    일단 국내업체들은 2026년까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8일 열린 '미국 IRA 민관 합동회의'에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는 "계획을 짰던 대로 공급망 다변화에 대해 준비를 하는데 문제 없을 것", 최윤호 삼성SDI 대표는 "전반적으로 모든 회사가 잘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이석희 SK온 대표도 미국의 흑연 규제 유예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현재 3사가 확보한 비중국 흑연 물량을 보면 걱정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다.

    삼성SDI는 2026년부터 호주 흑연업체 '시라'에서 천연 흑연 음극재 1만톤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음극재 1만톤은 배터리 15.75GWh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이는 삼성SDI와 스텔란티스의 미국 합작 배터리 공장 두 곳의 합산 생산능력 67GWh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시라 뿐 아니라 검토하고 진행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고 추가 비중국 흑연 확보를 시사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부터 시라에서 천연 흑연 음극재 2000톤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음극재 2000톤은 배터리 3.2GWh에 해당하는 양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2026년 미국 배터리 생산능력 342GWh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SK온은 '웨스트워터 리소스(Westwater Resources)에서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 동안 천연 흑연 음극재 총 3만4000톤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이에 앞서 협력사인 미국 '우르빅스(Urbix)'는 2025년부터 천연 흑연 연간 생산능력을 2만8500톤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2025년 이후 미국에서만 18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출 계획인 SK온 목표에 비춰보면 확보량은 매우 부족해 보인다.

    국내 유일 음극재 제조업체인 포스코퓨처엠은 가장 적극적으로 천연 흑연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3월 시라와 6년 공급계약을 맺었다. 첫 1년은 2만4000톤, 2년차부턴 매년 최대 6만톤을 제공받을 수 있다.

    흑연 6만톤으로 배터리 40GWh를 생산 가능하나, 지속 확대되고 있는 북미시장 전체 수요에 대응하기엔 부족한 양이다.

    익명을 요구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현재 확보한 흑연으론 중국산을 대체할 수 없다"며 "어떻게든 해내야 하는데 흑연 자체가 중국산이 워낙 많아 쉽지가 않다"고 토로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1~9월 대중국 천연흑연, 인조흑연 의존도는 각각 97.7%, 94.3%로 사실상 전량을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