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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이후 서울의 아파트 '공급절벽'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주택공급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오히려 각종 규제로 분양가를 옥죄면서 공급부족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가끔식 나오는 몇십가구 소규모 단지 분양에도 수만 명이 몰리는 등 과열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다음주에는 전국 8개 단지에서 총 5221가구(일반분양 4408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다만 이번주에 이어 서울은 분양 물량이 없다.
올들어 서울에서 분양한 신규 아파트는 광진구 자양동 '자양 하늘채베르'와 강동구 고덕동 '고덕강일 제일풍경채' 단 2곳이다. 그마저도 '자양 하늘채베르’는 공급물량이 51가구밖에 되지 않았고 모두 소형 평수(전용 46㎡)로 이뤄졌다.
이달뿐 아니라 앞으로도 주요 건설사들의 서울 공급 물량은 기약이 없다. 5월까지 서울에서만 9개 단지 1만3866가구(일반 4014가구)에 달하는 물량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여전히 안갯속이다.
그나마 가장 빠를 것으로 보이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마저 3.3㎡당 5668만원에 달하는 분양가로 일반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중도금 대출 제한 등 부담이 따른다.
이는 지난해 7월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분양일정을 대거 미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분양가상한제 시행 전후로 제기된 공급부족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시공능력평가 20위 내 주요 건설사가 서울에 분양한 단지는 총 20곳으로 나타났다. 이중 절반인 10곳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전인 8월 이전에 분양을 마친 단지였고 이후 분양한 나머지 단지는 대부분 막차에 올라타 규제를 피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곳은 단 2곳에 그쳤다.
여기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 2월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전면 개편하면서 또다시 분양일정이 미뤄진 단지들이 많다. HUG는 고분양가 심사 시 주변 시세의 일정 비율(85~90%)을 상한으로 고려, 분양가 등락에 따른 리스크 관리 기준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분양가를 더욱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분양 사업자들이 관망하는 모습이다.
결국 서울에서 분양하는 단지가 없다보니 간간이 나오는 청약물량에 너도나도 뛰어드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된 '자양 하늘채베르'(367.4대 1)'와 '고덕강일 제일풍경채'(150.2대 1)가 높은 경쟁률로 1순위에서 마감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 전용 46㎡ 27가구를 모집한 '자양 하늘채베르' 1순위 청약에 1만명 가까이 몰렸다. 당첨 가점도 비정상적으로 치솟았다. 최고 가점은 주택형별 74~75점이었는데, 이는 4인 가족 기준(최고 69점)으로 나올 수가 없는 점수다. 방 2개짜리 작은 아파트에 5~6인 가구 청약자가 대거 몰린 셈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아무래도 서울은 재개발·재건축 공급물량이 대부분인데 사업성이 떨어지다보니 조합에서 사업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며 "분양가 승인 과정에서 문제가 많아 분양일정이 밀리고 밀리는 상황이 연출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