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전거래 대비 거래가 하락 단지 꾸준히 증가"가격 인상 피로감… 가격 낮춘 매물이 거래돼"공급 확대 기대감 확산… 매수우위지수도 100 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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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꺾였다. 서서히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주택 공급대책에 따른 공급 확대 기대감에 매수심리가 꺾이고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 부담까지 가시화하면서 매수 우위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21일 국토교통부 부동산실거래정보에 따르면 2.4공급대책 이후 서울의 아파트 거래 중 직전 거래에 비해 가격이 하락한 거래가 늘고 있다.

    직전 거래보다 가격이 하락한 거래 건수는 1월 18.0%(2441건 중 493건)에 불과했으나, 2월 24.9%(1669건 중 415건)로 늘어났고, 3월(17일 기준) 38.8%(281건 중 109건)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가격이 내린 단지는 강남권을 비롯한 서울 전역에서 확인된다.

    재건축 대표 단지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의 경우 가장 최근인 이달 2일 23억2000만원(6층)에 거래돼 지난달 24일 24억5000만원(6층)보다 1억3000만원 낮은 값에 계약됐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 자이' 전용 89.1㎡도 이달 6일 31억5000만원(32층)에 매매되면서 직전 거래인 지난달 3일 35억원(11층)과 비교해 10%(3억5000만원) 내렸다.

    서초구 서초동 '서초5차 e편한세상' 158.2㎡의 경우 이달 3일 18억3000만원(7층)에 매매돼 직전인 1월20일 20억원(2층)보다 1억7000만원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강남구 A공인 대표는 "강남권은 연초부터 재건축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로 집값이 뛰고 거래가 이뤄졌는데, 지금은 너무 올랐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가격을 조금 내린 매물이 거래되고, 제값을 받겠다는 집은 거래가 되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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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권 다음으로 고가 아파트가 많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이나 중저가 단지가 많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외곽 지역에서도 가격이 내린 거래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용산구 문배동 용산 KCC웰츠타워 84.0㎡는 이달 8일 10억6000만원(14층)에 매매돼 가격 상승이 한창이던 지난해 말 12억2500만원보다 1억6500만원 떨어졌다.

    성동구 행당동 행당 한진타운 114.6㎡는 이달 2일 14억3000만원(13층)에 거래되며 지난달 21일 14억7000만원보다 4000만원 낮은 값에 팔렸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7차(고층) 45.9㎡의 경우 이달 12일 5억5000만원(12층)에 계약서를 써 직전 거래인 1월27일 6억2000만원(13층)보다 7000만원 내려갔다.

    강북구 미아동 에스케이 북한산시티 84.8㎡는 지난달 15일 7억6700만원(17층)에서 이달 6일 7억3000만원(14층)으로 내렸고, 구로구 오류동 경남아너스빌 84.9㎡는 지난달 4일 7억7200만원(17층)에 신고가 거래 뒤 한 달여만인 이달 2일 7억4700만원(20층)에 매매가 이뤄졌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서울의 아파트값은 2.4대책 발표 직전인 2월1주 0.10% 올라 올해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뒤 △0.09% △0.08% △0.08% △0.07% △0.07% △0.06% 등 6주 연속 상승 폭이 둔화됐다.

    KB부동산의 매수우위지수는 이달 1주 96.2로 올 들어 처음 100 아래로 떨어진 뒤 2주 90.3, 3주 82.4로 3주 연속 100 미만을 기록했다. 이 지수가 100을 넘기면 매수자가 많다는 것을,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 매매 시장에서도 매물이 점차 쌓여가고 있어 그동안 매도 우위였던 시장이 매수 우위로 점차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4만6219건으로, 한 달 전(2월21일)과 비교해 14.3% 증가했다.

    도봉구(24.4%)의 매물 증가율이 가장 높았고 ▲동대문구 22.7% ▲노원구 22.1% ▲서대문구 21.8% ▲은평구 19.4% ▲관악구 18.3% 등의 순이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정부의 잇따른 공급대책으로 공급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매수심리가 안정되며 집값도 안정세로 전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값이 본격적인 하락기로 접어들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도 그동안 가격 급등으로 인해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고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 부담이 현실화하면서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매도를 고민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미국의 국채금리가 반등하고 국내 은행들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하는 분위기도 주목해야 한다"며 "금리가 오르면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한 층에 상당한 부담이 돼 부동산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