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주세 인상률 반영 가격인상에 치열한 수싸움 진행 中캔·500ml 병 가격 동결하면서 후발주자도 가격 인상 힘들어져주세에 물가연동제 도입되면서 매년 3월 가격 인상 이뤄질 전망
  • ▲ 오비맥주 배하준 사장이 '올 뉴 카스'를 선보이고 있다.ⓒ오비맥주
    ▲ 오비맥주 배하준 사장이 '올 뉴 카스'를 선보이고 있다.ⓒ오비맥주
    오비맥주가 주세인상을 반영하기 위해 오는 4월부터 일부 맥주 가격을 1.36% 인상키로 하면서 맥주업계의 득실계산이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매년 물가상승률에 따라 세율을 조정하는 물가연동제가 실시됐지만 이를 반영하는 방법에 대해 업계간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은 최근 오비맥주의 가격인상을 두고 득실 계산이 한창이다. 맥주업계 1위사인 오비맥주가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인해 가격경쟁력에서 앞서갈 수 있다는 계산과 함께 가격인상을 늦출 경우 세율 증가만큼의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점 사이에서 저울질 하고 있다. 

    사실 가격인상 자체는 제도적으로 예비 된 과정이다.

    맥주는 지난해 주세법 개정으로 인해 기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변경되면서 물가연동제가 처음으로 도입됐다. 매년 물가 상승에 따라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해야하는 종가세 적용 주류와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장치다. 정부는 올해 3월부터 리터당 830.3원의 맥주 주세를 834.4원으로 0.5% 인상한 바 있다. 

    맥주가 기존 세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세 인상분만큼의 가격 인상이 이뤄져야만 하다. 문제는 그 시기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사실 주세가 증가한 지난 3월부터 가격 인상을 해야 했지만 주류 가격에 대한 민감도와 저항을 감안했을 때 서로 눈치를 봐 온 것도 사실”이라며 “오비맥주가 총대를 메면서 이슈가 되고 있지만 맥주가격은 앞으로 매년 3월마다 가격이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은 아직 가격 인상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오비맥주가 가격인상으로 여론의 집중을 받는 동안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올해 맥주시장 1위 탈환을 공헌한 하이트진로는 물론이고 업계의 후발주자인 롯데칠성 입장에서도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려야하는 과제가 있다. 

    물론 오비맥주의 가격인상 방식도 이런 경쟁상황은 충분히 고려했다. 주세가 0.5% 인상됐음에도 오비맥주의 가격인상 폭이 1.36%에 달하는 것도 이런 수 싸움의 일환이다. 

    오비맥주는 가정용으로 주로 판매되는 캔 제품 500ml 병 제품 및 신제품 한맥의 가격을 동결하고 대신 330ml 병 제품과 생맥주에 대한 가격만 인상할 예정이다. 이렇다보니 캔과 500ml 병 제품의 세금 인상분까지 330ml 병 제품과 생맥주가 짊어지게 돼 1.36%의 가격 인상이 결정된 것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올해 판매 예측치를 기준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캔과 500ml 병, 한맥을 제외한 제품에 세금인상분을 부담시킬 경우 1.36%의 인상폭이면 올해 맥주 주세 0.5% 인상분을 충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신제품과 주력 제품의 가격을 기존대로 유지하는 방법이 채택된 셈이다. 과거 종가세의 경우에는 출고가에 따라 세금이 책정되기 때문에 상상도 할 수 없던 묘수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오비맥주가 가장 치열한 캔, 500ml 병 제품의 가격을 동결하면서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 역시 캔, 500ml 병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며 “지금 어떤 품목을 얼마나 올려야 0.5% 주세 인상을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해 계산이 한창일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제품별로 부담하는 세금이 달라지는 오비맥주의 가격정책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결국 맥주가 종량세로 전환되면서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가격 인상인 만큼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오비맥주 같이 제품군 별로 세율이 달라지는 현상이 앞으로도 반복될 경우 제품마다 세율이 달라지는 시장 왜곡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