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협상 주요 변수 작용 전망SK, 공장 철수 강공 등 '배수의 진'영업비밀 침해 거부권 행사 첫 사례될까 관심
  •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이 3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양사간 협상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거부권 행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양사간 소송전은 더욱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이달 11일(현지시간)로 일주일 가량 남겨놓고 있다.

    ITC(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지난 2월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모듈, 팩 및 관련 부품·소재가 미국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며 ‘미국 내 수입 금지 10년’을 명령하면서 사실상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사업은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ITC 판결도 뒤집힐 수 있는 만큼 배터리 소송전에 있어 마지막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양사간 이목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ITC 절차는 한국의 행정심판과 유사하며 대통령의 승인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미국 대통령은 판결일로부터 60일 이내에 ITC의 결정을 검토하고 판결을 무효화 할 수 있다. 지금까지 ITC의 최종판결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사례는 총 다섯번이다. 대표적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3년 삼성 특허를 침해한 애플 제품의 미국 수입을 금지한 ITC의 조치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양사간 합의가 이뤄질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60일간의 심의 기간 동안 피고가 공탁금(Bond)을 내면 영업비밀 침해 및 해당 품목에 대한 수입금지 명령의 효력이 일시 중단되고, 이 기간 중에 합의가 이뤄지면 공장 가동에는 영향이 없다. 

    그러나 심의 기간이 지나면 소송은 최종 확정되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및 양사간의 합의가 없으면 그 즉시 침해 품목에 대한 수입금지 및 영업비밀 침해 중지가 이뤄지게 된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심의 기간 종료 후 60일 이내에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할 수 있지만 항소 기간에 수입금지 및 영업비밀 침해 중지 효력은 지속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서는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사례가 없었던 만큼 ITC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작다고 보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거부권 행사를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달 미국 출장에 나서며 미국 정부 관계자 등과 자리를 갖고 ITC 제재 부당성을 알리고 있으며 이에 앞서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도 미국에 체류하며 미국 내 정치권·기업·학계 등 관계자들과 만나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또 공장 철수를 시사하며 배수의 진까지 친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은 국제무역위원회(ITC)에 구제명령을 유예해달라는 청원을 통해 배터리 공장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으며 이로 인한 수천 개의 일자리와 환경적 가치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최근에는 미국 조지아주 2공장의 공사 속도도 늦춰왔으며 최근 협력업체에 대한 추가 공사 발주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SK이노베이션은 이 청원에서 "위원회의 이번 구제명령은 재앙적"이라며 "SK뿐만 아니라 미국의 공익에도 장기적으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사업 철수가 결정되면 조지아주 공장 건물은 포기하고 배터리 생산 설비만 헝가리 공장으로 이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남은 일주일 내 거부권이 나올 경우 SK는 수입금지 무효화로 LG와 합의를 시도하거나 델라웨어에서 배상금 규모를 다툴 전망이다. 반면 거부권이 나오지 않을 경우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ITC 최종 결정에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거부권 행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양사간 소송전은 더욱 장기화될 수 있는 점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