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심사 부실하고 사유도 미공개 호주 등 규제 신설후 10년 지나면 무조건 폐지
  •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규제 일몰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경련은 10일 현행 규제일몰제가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호주와 같이 규제시행 후 10년이 경과하면 자동적으로 폐지(repeal)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재입법(repeal and replacement) 통해 신설하게 하는 등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재검토형 일몰규제 심사 결과를 보면 총 9200건 중 2.9%인 266건만이 폐지됐다. 93.4%(기존규제 존속 69.2%, 개선 24.2%)는 규제가 연장됐다. 

    일몰대상 규제는 부처 자체평가를 거쳐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심사한 후 법령안의 정비를 추진하는 절차를 거치지만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영향평가 없이 단순 재연장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 형식적 심사, 부실 심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규제존속의 필요성이 "규제가 필요하므로 존속할 필요가 있다"거나, 일몰연장의 필요성이 "주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므로 연장할 필요가 있다" 등으로 처리되는 경우도 있다. 

    일몰제 운영과 관련된 정보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일몰 대상 규제 목록과 심사결과에 대한 정보도 공개되지 않으며, 심사결과에 대한 전체 통계와 주요 정비사례만 규제개혁 백서를 통해 공개된다. 일몰규제의 연장여부 등을 심사하는 규제개혁위원회 위원들조차 개별 규제의 검토내용을 모르고 일몰연장을 의결하는 상황이다. 

    OECD로부터 규제사후영향평가의 모범 국가로 평가받고 있는 호주는 입법에 관한 법률(Legislation Act 2003)에 따라 규제는 발효일로부터 10년이 경과한 첫 번째 4월 1일 또는 10월 1일에 자동적으로 폐지된다는 원칙(Sunsetting)을 규정하고 있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의 규제가 계속 필요한 경우 규제신설과 같은 재입법 절차를 거쳐 기존규제를 대체(replacement)해야 한다. 의회가 정부가 만든 규제를 승인하지 않으면(disallowance notice) 해당 규제는 즉시 효력을 상실하고, 6개월 이내 동일내용의 규제는 재입법 하지 못한다.

    호주정부의 일몰제 시행 결과 사후평가 보고서는 일몰제가 규제를 감축하는데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몰시한이 2012년 4월 1일부터 2018년 10월 1일까지인 일몰대상 규제중 34%는 대체입법 없이 폐지됐고, 28%는 일몰기한 도래전 폐지됐으며, 38%만 대체입법이 만들어졌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정부도 규제 완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모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효력상실형 일몰제 적용을 원칙으로 하고, 일몰제 관련 정보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의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