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0일 3000억원 CB 만기… 주식전환해 팔면 2조"지분 전환 후 매각작업 속도 낼 것" 전망당사들 접촉설 부인… CJ·현대그룹도 물망
  • HMM 매각설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유례없는 호실적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내달 만기가 돌아오는 3000억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쥔 산업은행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MM이 발행한 190회 전환사채의 만기는 다음달 30일이다. 발행 금액은 3000억원으로 전액 산은이 들고 있다. 산은이 CB를 주식 6000만주로 전환하면 2조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낼 수 있다. 이 경우 산은의 HMM 지분은 기존 12.6%에서 25.9%로 증가한다.

    매각 시나리오는 이렇다. 일단 지분율을 높여놓고 일부 지분을 시장에 내놓지 않겠냐는 예측이다. 또한 은행법에 따라 15% 이상 지분을 소유하면 산은은 HMM을 자회사로 편입해야 한다. 이 경우 초과 지분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산은의 행보를 볼 때 채권단 체제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해운업황 호조로 HMM 주가가 1년만에 10배 높게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몸값이 높아진 지금 산은이 보유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이 때문에 장내 매매보다는 거래 상대를 정해 블록딜을 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를 달리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는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의 마침표로 HMM 홀로서기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2000년대를 뛰어넘는 초호황기에 들어선 HMM 매각설이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는 이유다.

    지난해 4월부터 초대형 선박 투입이 시작되면서 HMM은 규모의 경제 효과로 전년 영업이익 9808억원을 달성했다. 10년 만의 흑자전환이었다.
    주식이 10배 이상 뛰며 시가총액 10조원을 넘어선 올해 영업이익 전망은 전년보다 219% 급증한 3조1200억원(증권가 컨센서스)에 달한다. 앞서 1분기에만 1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추정치 9645억)을 거뒀다.

    유력후보군은 포스코와 현대차그룹 등이 꼽힌다. 두 회사 모두 철강과 자동차라는 물동량을 가진 터라 지분 인수 시 시너지 효과가 크다.

    앞서 산은은 지난해 포스코와 매각 접촉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당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연임 문제 등이 함께 걸려 진전을 이루지 못했지만 대개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포스코는 2019년 그룹 내 분산돼 물류 업무를 통합하는 물류 자회사를 추진했으나 해운업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계열사를 포함한 포스코의 지난해 물동량은 1억6000만t, 물류비는 3조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글로비스를 주체로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그룹 내 일감 비중을 낮추는 효과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앞서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16년 정부가 현대상선 인수를 제안했으나 시너지가 적다는 이유로 거절한 바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다시 화두로 떠오르면서 HMM 인수를 고려해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양측은 HMM 인수전은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다. 산은으로부터 제안을 받은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이 외 후보군으로는 물류시스템을 확충하고 있는 CJ그룹과 모기업이었던 현대그룹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점쳐진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 민영화는 국내 해운업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며 "해운강국을 위해서는 선복량 확대가 필요해 자금력이 풍부한 것이 인수하는 게 해운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는 수준"이라며 "국적 해운사의 매각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시점은 아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확인해줄 수는 없지만, 기재부를 중심으로 경우의 수를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