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급락…아시아·유럽 증시도 낙폭 커지며 증시 변동성↑미 체감 물가 급등·중국 생산자물가지수 최고치…연준 금리인상 우려 커져금리변화 민감한 기술·성장주에서 경기민감주로 전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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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상승 압박이 커지면서 국내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그간 강한 상승세를 이어온 기술·성장주의 급락이 두드러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경기민감주 주도권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코스피는 전날 사상 최고치(3249.30)를 기록하고 하루 만에 1%대 하락 마감했다. 인플레이션 우려, 기술주 투자 의견조정에 따른 미국 증시가 하락한 영향이다. 

    전일 하락했던 11일(현지시각) 뉴욕증시는 이날도 낙폭을 키우며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빅테크 등 기술주와 성장주들은 특히 하락폭이 컸다. 이틀간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는 2.64% 내렸고, 빅테크 비중이 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1.90% 하락했다. 

    그간 기술주에 비해 선방했하며 전날 0.10% 하락했던 가치주 중심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11일엔 1.36% 하락했다. 미 국채 금리 급등으로 증시가 충격을 받았던 지난 2월26일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미국 증시가 출렁이자 유럽증시 역시 일제히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 DAX지수는 1.82% 하락했고, 영국 FTSE100지수는 2.47% 떨어졌다. 아시아 증시도 마찬가지다.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은 전날보다 3% 하락했고,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왔던 대만 증시도 3.79% 급락했다.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시장은 안도했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은 다시 커지는 모습이다. 그간 인플레이션 우려는 없다고 강조해온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언급과 달리 소비자 체감 물가는 여느 때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4월 소비자 기대지수 조사(SCE) 결과 향후 1년간의 예상 인플레이션은 3.4%로 집계됐다. 지난 2013년 9월 이후 약 8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앞서 지난 3월의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8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2.6%를 기록했다.

    주택가격 상승 기대치는 4월에는 5.5%를 기록했다. 주택임대료 상승 기대치는 5개월 연속 올라 9.5%를 기록했다.

    부진했던 고용지표가 임금발(發)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고용난에 직면한 기업들은 임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고, 결국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괜찮은 급여를 받게 되는 사람들은 일터로 복귀한다"며 "회사가 공정한 임금과 안전한 근무 환경을 제공한다면 노동자들이 그들(회사)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빠른 경기 회복세를 보이는 중국에서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온다. 중국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대비 6.8% 올랐다. 이는 2017년 10월 이후 3년 6개월 만의 최고치다. 중국과 호주 간 갈등이 주요 원자재인 구리와 철광석의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PPI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시장은 12~13일 4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공급자물가지수(PPI) 발표를 앞두고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이는 연준의 테이퍼링(유동성 공급 축소) 논의를 앞당길 수 있다. 현재 월가에선 4월 CPI가 전년 대비 3.6% 상승해 3월(2.6%)보다 증가폭이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금리 변화 민감한 기술·성장주…경기민감주 매력 커져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공포가 갈수록 커지면서 특히 기술·성장주의 급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래 기대수익이 주가에 미리 반영되는 특성 때문에 금리 변화에 민감하다. 

    전날 2% 반등했지만 기술주의 상징 아크 이노베이션 ETF(ARKK)는 지난 10일 5.23% 급락하며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틀간 테슬라(8.32%), 애플(3.32%), 구글(3.51%) 등의 주가도 줄줄이 후퇴했다. 

    전문가들은 금리와 제조업 경기 호황 등으로 향후 경기민감주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경기민감주는 인플레이션 국면에선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수혜를 볼 수 있다. 

    때문에 월가에선 기술주·성장주에서 경기민감주·가치주로의 전환이 적어도 1년 더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제임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베리 제임스 매니저는 "경제가 완전히 정상화될때까지 최소 1년은 걸릴 것"이라며 "이 기간 기술주보다는 가치주의 매력이 빛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 증시에서도 철강·금속, 화학, 에너지 등 경기민감주 상승 랠리를 점치고 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기술 성장주의 주된 조정 배경은 밸류에이션 부담"이라면서 "경기민감주는 장기간 소외 국면을 지속한 탓에 역사적 고점과도 아직 상당한 거리가 있다. 아직 주요국 경제활동 재개가 완벽하지 않고, 이연된 소비 수요가 해소되지 않았음을 고려한다면 경기민감주 우위 구도는 더 지속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