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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른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주택공급을 기다리는 대기수요가 늘면서 관망세가 짙어졌지만 간간이 거래되는 매물들은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혼조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1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09%로, 지난주 상승폭을 유지했다. 지난 2월 이후 3개월새 가장 큰 상승폭이다.
지난달 21일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확정되고 세부담 강화 등으로 수급상황은 대체적으로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규제완화 기대감이 있는 지역이나 일부 중대형 아파트 단지가 상승세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서울시가 지난달 27일 압구정·여의도·성수·목동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면서 오히려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단지 위주로 가격이 상승하는 모습이다.
실제 노원구(0.20%)는 상계동 등 정비사업 기대감 있는 지역 위주로 많이 올라 서울에서 가장 상승폭이 컸다. 이어 서초구(0.19%), 송파구(0.15%), 강남구(0.13%) 등도 평균을 웃도는 상승률을 보였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영등포구(0.10%)와 양천구(0.10%)도 재건축 단지 위주로 많이 올랐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금리인상 전망 등으로 전반적으로는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지역은 효력발생일 이후 거래량이 감소하며 상승폭이 소폭 축소됐으나 향후 개발 기대감이 이어지며 높은 상승폭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거래량은 줄고 있는데도 가격이 오르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해 12월 7527건에서 올해 1월 5777건, 2월 3862건, 3월 3755건으로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 급기야 지난달에는 2657건으로 떨어졌다. 신고기한이 이달 말까지 남았지만 거래량이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엔 보름 가까이 지났지만 243건에 그치고 있다.
다만 거래절벽 현상이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집주인이 집값 상승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기존 시세보다 높은 호가를 부르면서 신고가 경신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보유 주택을 매각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증여하거나 버티기에 나서면서 시장에서 매물 잠김이 계속되고 있다"며 "매수 문의는 꾸준한데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교통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했다. 시흥시(0.90%)는 교통호재 영향 있는 대야동 일대 위주로, 안산(0.70%)·의왕시(0.69%)는 교통환경 개선 기대감 있거나 재건축 영향 있는 단지 위주로, 군포시(0.60%)는 리모델링 추진 기대감 있는 금정·산본동 위주로 올랐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역시 3주 연속 0.13%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수도권(0.12%→0.12%)과 서울(0.03%→0.03%), 지방(0.14%→0.14%) 모두 지난주 상승폭을 유지했다.
한국부동산원 측은 "계절적 요인 등으로 전반적인 안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신규입주 물량 영향 등으로 매물이 증가한 지역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