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0.5% 동결·성장률 4.0% 상향 1765조 가계부채 속도조절 위해 금리 올릴 가능성도 "가상화폐 투자 급증… 금융시장 위협 요인"
  •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 개최 이후,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한국은행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 개최 이후,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처음으로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내놨다. 경제 상황 전개에 따라 연내 금리 인상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시장에 기준 금리인상의 '시그널'을 준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7일 기자간담회서 "향후 금리 인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제상황 전개에 달려있다"면서 "금융불균형의 누적을 방지하고 과도한 위험추구 성향도 적절한 선에서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연내 금리 인상… "금통위서도 많은 논의"

    이 총재는 이날 금리 인상에 대해 미리 신호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연내 인상 여부는 결국 경제 상황의 전개에 달렸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기준금리 정상화는 너무 서둘러서는 안되겠으나 지연됐을때 부작용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경제와 금융안정 상황 변화에 맞춰 조정하는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많은 논의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적절한 시점에 서두르지 않아야겠지만 늦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0.5%로 동결했다. 지난해 5월 기존 0.75%에서 0.5%로 내린 뒤 1년 째 동결이다. 동시에 올 경제성장률 전망은 기존 3.0%에서 4.0%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경제 성장 회복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소비와 고용 지표가 기대만큼 따라오고 있지 않은 상황서 완화적 통화정책기조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가계부채 속도조절 위해 금리 올리나

    이 총재는 동시에 금융불균형의 누적에 대한 '억제'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1분기말 가계부채는 1765조원에 달해 1년 전보다 153조6000억원(9.5%)나 급증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유동성 공급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측면도 있으나 증가세가 좀처럼 꺽이지 않자 금리 인상을 통해 가계빚을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총재는 "금리를 인상하면 가계부담이 커지고 이자상환 부담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 지속된다면 부작용이 상당히 크다. 나중에 조정하려면 더 큰 대가를 지불해야돼 억제할 필요가 있다. 더 늦기 전에 대응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정책서 가계부담을 고려할 것"이라며 "금리 정상화 시점이 언제일지 모르겠으나 가계부채 상환 부담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기 상황 개선에 맞춰 점진적으로 금리를 조정해 가계에 미치는 재무건전성에 대한 부담과 영향을 최소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기준금리를 기존 0.5%로 동결했다. ⓒ한국은행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기준금리를 기존 0.5%로 동결했다. ⓒ한국은행
    ◆ 美 보다 먼저 금리 올릴 가능성 열어둬

    이 총재는 국내 금리 정상화 시점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과 별개로 선제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이 국내 금융·경제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중요한 고려요인이 된다"면서도 "통화정책은 국내 여건에 맞춰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준이 완화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서 우리가 국내 여건에 맞게 통화정책을 조정하면 그만큼 (조정의) 여지가 넓어진다. 우리의 상황 속도에 맞게 속도조정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준의 통화정책을 고려하되 직접 1:1로 매칭해 운영하진 않을 것"이라 말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조정하는데 집단면역도 중요하지만 백신접종 확대에 따른 경제활동 제약 완화의 정도, 그에 따른 우리 경제 성장세의 개선 흐름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 가상화폐 투자 급증… 금융시장 위협 요인 

    최근 급증한 가상화폐 투자가 금융시장의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 

    이 총재는 "암호자산 규모가 급속하게 불어나는데 그 가격의 변동성은 매우 큰 상황"이라며 "어떤 경로를 따르더라도 금융 시스템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가상화폐의 일일 거래 규모가 국내 주식시장의 거래규모를 웃도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자 전체 금융 시장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특히 이 총재는 빚 내서 가상화폐를 사는 이른바 '레버리지 투자'의 위험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레버리지를 이용한 암호자산 투자가 과도하게 일어난다면 가격의 안정성이 낮은 (가상화폐의) 특성으로 인해 가계 손실 위험이 커진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투자와 관련된 대출의 위험이 금융권으로 전이될 수 있어 이와 관련한 입출금 규모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라며 "암호자산에 한해서는 긴밀한 협조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 시점에 대해서는 제도화·법제화가 먼저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CBDC 도입을 결정하려면 기술적 문제가 가장 중요한 선결 고려사항이지만 제도적, 법적 요인도 있어 시기를 구체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지급결제 환경이 바뀌고 있고 앞으로도 변화의 폭이 상당히 클 텐데 그런 상황을 예상해 본다면 신용위험, 유동성 위험이 없는 CBDC 도입 필요성은 클 것"이라며 "CBDC 도입이 결정되면 그 시점에서 곧바로 시행하는 데 차질 없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