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 밀린다" 옛말완성차 업체, 상용화 계획 잇달아 발표脫탄소 돌파구… 미래 모빌리티 핵심 급부상
  • ▲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기차 넥쏘 ⓒ현대차
    ▲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기차 넥쏘 ⓒ현대차
    탈(脫)탄소화가 세계 경제의 대세가 되면서 수소연료전기자동차 개발에 뛰어드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전동화(전기 구동력 활용)와 환경규제의 눈치를 보느라 망설였지만, 이제는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의 핵심 성장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완성차 업체는 수소연료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현대차 등 일부만 하던 사업에서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 트럭 등을 생산하는 다임러트럭AG는 최근 로드맵 발표에서 “다양한 도로와 가혹한 여건을 달리는 운송 수단에는 수소연료전지 기반 트럭이 적합하다”고 밝혔다.

    다임러트럭AG는 현재 300㎾급 수소연료전지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최고 출력 630마력 이상을 내고 1000㎞ 이상을 충전 없이 달리는 트럭을 만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미 시제품으로 시험 주행에 들어갔다. 2023년부터는 일부를 대상으로 시범 판매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양산은 2027년부터 시작한다.

    만프레드 슈커르트 다임러트럭AG 상용차법규대응전략총괄은 “유수의 기업이 수소와 관련된 기술에 투자하고 있어 곧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며 “배출가스가 없는 운송 수단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수소 생산 단가가 비싸 대중화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발언이다. 다임러트럭AG는 볼보트럭과 수소연료전지 개발을 위한 합작법인을 세우기도 했다.

    벤츠는 수소연료전기차 기술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1994년 ‘네카’를 선보인 뒤 2017년엔 수소연료전기 기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GLC F-셀’을 내놨다. 이 같은 연구개발은 현실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러나 벤츠는 수소 사업 육성 의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벤츠를 운영하는 다임러의 올라 칼레니우스 최고경영자(CEO)는 “20년 넘게 수소 관련 기술을 연구해왔다”며 “수많은 경험과 지식재산권을 쌓아온 만큼 개발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BMW는 내년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X5 기반의 수소연료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올리버 칩세 BMW그룹 CEO는 주주총회에서 수소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부정적인 기류가 180도 바뀐 것이다.

    르노그룹은 플러그파워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수소연료전지를 생산하기로 했다. 이 밖에 토요타는 6년 만에 완전 변경을 거친 신형 미라이를 공개했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640㎞ 수준으로 뒷바퀴 굴림 기반 플랫폼을 썼다.
  • ▲ 메르세데스벤츠 트럭 등을 생산하는 다임러트럭AG의 수소 트럭 ⓒ다임러트럭AG
    ▲ 메르세데스벤츠 트럭 등을 생산하는 다임러트럭AG의 수소 트럭 ⓒ다임러트럭AG
    이처럼 주요 완성차 업체가 수소연료전기차로 눈을 돌린 가장 큰 이유로는 △기술 진보 △불신 해소 △짧은 충전 시간과 긴 주행거리 △탄소 배출이 높은 트럭 등 상용차의 친환경화 △열차와 기계, 도심교통항공(UAM)으로의 확장 등이 꼽힌다.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기차 양산에 성공한 현대차도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 기반 2021년형 엑시언트 트럭을 출시했다. 

    나아가 이르면 2023년 넥쏘 후속을 내놓을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3~4년 뒤 넥쏘 후속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넥쏘는 지난달 국내서 1265대가 팔렸다. 2018년 출시된 이후 월 1000대 이상 판매 실적을 거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까지 더하면 1만5000대 이상 팔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탄소 배출 저감에 가장 효과적인 운송 수단이 수소연료전기차”라며 “투자를 미뤄왔던 완성차 업체가 예상보다 훨씬 빨라진 친환경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수소 사업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소연료전기차는 충전해둔 수소가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할 때 생기는 화학에너지를 전기로 바꾼다. 이렇게 모은 전기는 모터 구동과 가정집 등 다양한 영역의 에너지원으로 쓰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