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S '이사회 내 여성 이사의 현황 및 개선 방향' 보고서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88개사 여성 임원 고용…최초 선임 32곳 이사회 내 여성 비중 7.4%…사내이사 등 내부 경영진 9.2%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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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국내 상장사들의 여성 등기임원 비중이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들어 32개 기업이 최초로 여성 임원을 선임한 가운데 내년 7월까지 자본시장법 요건 충족을 위해 약 82개사가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여성 임원들의 직위가 사내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 등 내부 경영진이 아닌 사외이사직에 집중되면서 여전히 유리천장이 견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발간한 '이사회 내 여성 이사의 현황 및 개선 방향'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정기 주주총회까지 별도 재무제표 기준 2조원 이상 상장사는 2019년 169개사, 2020년과 올해 각 170개사로 집계됐다. 이중 여성 임원을 선임한 상장사는 2019년 32개사(18.9%), 2020년 55개사(32.4%)에서 올해 88개사(51.8%) 등으로 증가했다.

    윤소정 KCGS 선임연구원은 "작년까지 여성 임원이 전혀 없던 상장사 중 32개 기업이 올해 정기주총에서 여성 임원을 1명 이상 선임했다"며 "상대적으로 보수적 업종으로 분류되는 철강, 자동차, 금융 등에서 여성 임원을 최초로 선임한 것으로 확인되며 현대차그룹에서 5개사, LG그룹 4개사, 한화그룹 4개사, SK그룹 3개사, 금융 4개사 등에서 여성 임원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3년간 이사회 내 여성 등기임원 비중도 늘었다. 2019년 2.7% 수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4.6%, 올해 7.4%까지 증가했다. 

    윤 선임 연구원은 "통계적으로 다수 기업 내 통상 여성 임원이 1명도 존재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며 "내년 7월까지 법적 요건을 갖추기 위해 약 82개(46.2%) 기업이 추가적으로 여성 임원 1명 이상 선임할 것"이라며 전망했다.

    국내 상장사들의 여성 등기임원이 늘어난 배경은 자본시장법 개정 영향이 크다. 내년 8월부터 적용되는 개정된 자본시장법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의 이사회를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내년 7월까지 대상 기업들은 이사 선임 시 관련 사항을 고려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글로벌 자산운용사, 국부펀드, 선진국의 거래소 상장 요건 등의 세계적인 스탠다드에 부합해 우호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기업 스스로 변화하려는 모습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는 "ESG경영의 관점에서 선진국에서는 이미 이사회 내 이사들의 성별뿐 아니라 인종, 젠더감수성 등을 반영한 투자 포트폴리오가 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은 향후 자산 총계 2조원 이상의 기업뿐 아니라 상장사 전반에서 여성 이사들의 선임 또는 그러한 기업 정책 및 목표 등을 구체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상장사 전반 여성 임원 수는 늘었으나 사외이사직 수행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지배주주 일가가 아닌 사내이사 수는 한 자릿수에 그쳤다. 

    전체 여성 임원 대비 사내이사 또는 기타비상무이사직을 수행하는 비중은 2019년 17.9%, 2020년 8.1%, 올해 9.2% 수준으로 조사됐다. 이는 여성 임원을 주로 사외이사직으로 선임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윤 선임 연구원은 "외부 출신을 사내이사직으로 곧바로 선임하는 것은 사외이사직 선임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주로 이사회 내 여성 임원을 사외이사직으로 선임해 법적 요건을 만족시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특히 지배주주 일가의 여성 경영 참여도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미등기임원직을 수행하거나 경영 참여를 전혀 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사실상 남성 위주의 지배주주 경영 체계가 심화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