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의 농담으로 부도 위기 겪은 영국의 래트너즈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미안하다 고맙다' 논란셀럽 혹은 오너3세… SNS 논란에 얻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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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싼 값에 제품을 팔 수 있느냐고 물어보는데, 그건 우리 제품이 완전 쓰레기(total crap)이라 그렇습니다.”보석사 래트너즈(Ratner's) 그룹의 오너 2세이자 CEO였던 제럴드 래트너가 1991년 영국 기업가협회 연례회에 연사로 섰을 때 던진 농담이다. 딱딱한 분위기를 녹이려고 한 일종의 자조적인 농담이었고 실제 청중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졌지만 이를 전해들은 소비자는 그렇지 않았다. ‘쓰레기’라고 한 제품을 사겠다는 소비자는 없었다.이 한마디의 농담으로 승승장구하던 래트너즈의 기업가치는 약 8000억원이 날아갔고 1년도 되지 않아 회사는 파산 직전에 몰렸다. 그는 결국 이듬해 CEO에서 물러났고 회사명은 이미지 쇄신을 위해 래트너즈에서 시그넷으로 변경됐다. 오늘날 시그넷 쥬얼러스의 이야기다.오너의 한마디가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논할 때 이 래트너의 일화는 빠지지 않는다. 악의가 없는 농담에 불과했어도 시장에서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고 심지어 기업가치와 기업 그 자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살아있는 사례가 됐다.이는 최근 SNS 논란으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사례와 비교했을 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정 부회장은 최근 SNS에서 우럭 요리나 랍스터 요리 사진을 올리며 “미안하다. 고맙다”고 적어 일약에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시절 세월호 분향소 방명록에 “미안하다 고맙다”는 문구를 조롱하기 위해 굳이 해산물에 저 문구를 썼다는 해석이 불씨가 됐다. 진위여부는 차치하고 문제는 그 이후다. 정 부회장은 이후 비꼬듯 SNS 중간 중간에 ‘미안’과 ‘고맙다’를 섞거나 ‘sorry’, ‘thanks’를 쓰는 식으로 대응했다. 비꼬듯 ‘OOO OOOO’ 식으로 남긴 글도 적지 않다.결과적으로 정 부회장은 10여일 만에 “우리 홍보실장이 오해 받을 일 하지 말란다”며 “50년 넘는 습관도 고쳐야한다”고 우회적으로 종지부를 찍었지만 이 일련의 과정이 남긴 상처는 적지 않다. 당장 정 부회장의 이미지 타격은 물론이고 신세계그룹에 대해 불매하겠다는 소비자도 나타났다. 그를 특정 극우커뮤니티 이용자와 동일시하는 시각도 생겨났다.이들의 영향이 어떻게 나타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그것이 크던 적던 간에 이 과정에서 오너 3세인 그가 얻을 것은 거의 없다. 셀럽(Celebrity)이 종종 논란을 통해 노이즈마케팅 효과를 얻지만 그는 셀럽이기 이전에 오너3세이자 기업인이기 때문이다.래트너의 사례를 곱씹게 되는 것도 이 대목이다.오너의 권한이 막강한 국내 대기업집단 특성상 오너의 한마디가 가진 무게감은 적지 않다. 그 한마디에서 그룹의 미래전략과 현재인식, 투자성향과 그룹이 지향하는 가치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주요 대기업집단 오너들은 시장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공식석상에서 최대한 정제된 어휘를 구사하고 준비되지 않은 말을 아낀다.정 부회장의 SNS가 잘못됐거나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SNS의 순기능은 분명히 있다. 정 부회장은 자사 제품에 대한 마케팅 효과를 그 어떤 광고보다도 효과적으로 전파할 수 있으면서 보다 가까운 그룹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전통적으로 딱딱했던 대기업 오너의 권위를 친숙하게 끌어내렸다는 점도 순기능으로 평가된다.하지만 그가 순기능에 못지않은 리스크를 분명히 인지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정 부회장의 그 자신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신세계그룹과 협력사 임직원 수만명의 생계와 삶도 함께 달려있다.정 부회장의 SNS에는 이날도 와인병과 함께 “고맙다 ㅈㄷ야, 과용했어 미안하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셀럽의 끝이 어떤 모양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