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업계 특성상 상당부품 중소업체 의존숙련공들 이탈 조짐연쇄 납품 지연-선박 인도 차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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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풍 수주를 이어온 국내 조선업계가 주52시간제라는 암초에 막혔다. 핵심 기술을 제외한 부품 상당 부분을 중소업체들로부터 조달받는 업계 특성상 적지않은 생산차질이 우려된다.

    2018년부터 시행된 주52시간제는 대기업을 시작으로 중소·중견기업으로 점차 확대됐다. 300인 미만 사업장은 지난해부터 시행됐고, 내달부터는 50인 미만 사업장도 이를 준수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문제는 앞서 시행한 300인 미만 사업장에도 부여한 계도기간이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소업체들은 적응기간도 없이 당장 업무시간을 일괄 줄여야 한다. 발주가 있을때 집중적으로 근무하는 조선업에는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대형 조선소 관계자는 "발주량이 많을때는 하루 12시간도 일하고 없을때는 놀기도 하는게 이쪽 업계"라며 "주당 45시간을 일해도 15시간씩 3일을 일하면 불법이 되는 주52시간를 준비도 없이 시행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선산업 관련 중소제조업체 300곳 중 38%는 올해 경영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보는 비중은 46.7%였다. 연이은 수주랠리가 실적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한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신규인력을 채용하는 것도 꺼려진다. 다른 업종에 비해 숙련공에 대한 의존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소요되는 숙련공 양산에 나선다 해도 언제 꺼질지 모르는 슈퍼사이클에 선뜻 투자할 기업도 찾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초과 수당으로 임금을 맞춰주는게 불가능해지면 오래 일하던 숙련공들이 이탈해 납기일을 맞추지 못할까 걱정"이라고 했다.

    생산차질은 꾸준히 쌓이는 발주된 선박의 인도 차질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2010년 조선 호황기 이후 접어든 해운 경기 침체기에 선주들이 인도 기한 차질을 문제삼으며 잇따라 발주를 취소한 사태를 겪기도 했다. 한국조선해양 등 조선 빅3가 올해 수주한 물량은 지난해 전체 수주량을 뛰어넘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조선산업이 사상 최대 수주실적을 보이고 있지만 원자재값 상승 등 불안한 요소도 많다"면서 "인력확충이 쉽지 않은 업종에 대해서는 탄력적으로 제도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