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 취임 1년 체질개선 가속화보험-증권-반도체-IT 중심 주력사업 재건 추진"미래 성장 발판 마련"… 신사업·M&A 기대
  • DB그룹의 2세 경영이 닻을 올린지 오는 1일 1년을 맞는다. 

    김남호 회장은 부친 김준기 전 회장으로부터 지난해 7월, 40대 젊은 총수로 바통을 이어받아 경영 전면에 나섰다. 

    김 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그룹 지주사인 DB아이엔씨(DB Inc.)' 등기임원으로 올라섰다. 동시에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의장을 맡아 본격적으로 그룹 재도약 다지기에 시동을 걸었다. 김 회장이 그룹을 맡은 이후 어느 정도 안착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DB의 젊은 총수가 국내외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미증유의 상황에서 짊어진 짐이 크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그룹의 주요 계열사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과거에 비해 외형은 쪼그라들었다. 그룹을 먹여살릴 확실한 캐시카우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위기는 지휘봉을 잡게 된 김 회장에게 숙제이자 도전이다. 

    그러나 김 회장은 지난 1년의 경영 행보를 통해 안정을 깨지 않는 리더십으로 조직은 예상보다 빠르게 옛 동부그룹의 위상을 되찾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재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 회장은 금융계열사에 치우친 수익구조를 다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전 동부그룹이 제조사 중심의 그룹에서 금용과 IT, 반도체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했다. 

    DB는 올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지정 발표에서 공정자산 7380억원을 늘려 10조3660억원을 기록,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에 신규지정됐다. 2015년 준대기업으로 밀려난 지 6년 만이다. 

    그룹 체질을 바꾼 구조조정은 혹독했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DB는 제조업에서 금융 중심 그룹으로 탈바꿈했다. DB손해보험이 그룹의 매출을 대부분을 차지하며 체질개선에 선봉에 나섰다. DB금융투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상승하며 그룹의 자산에 일조했다.

    지난해 DB손해보험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7.7%, 43.2% 증가한 매출 20조1104억원, 영업이익 7329억원이었다. DB금융투자도 같은 기간 매출 1조5903억원, 영업이익 1366억원을 올리며 전년 대비 각각 60%, 56%씩 성장했다. 두 회사의 자본총액만 약 7조5000억원가량 된다.

    반도체 계열사 DB하이텍은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국내 최초 순수 파운드리 기업으로 그룹내 캐시카우로 부상하며 제조업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지난해 매출 9359억원과 영업이익 2393억원을 기록한 DB하이텍은 올해 매출 1조원 돌파도 무난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 회장은 DB그룹은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화 핵심이라 할 수 있는 IT와 반도체 사업 역량을 모두 보유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각 계열사는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회사의 역량과 미래 트렌드를 반영한 신사업을 준비해야 한다"며 "그룹의 주력인 금융회사 사이, 금융과 IT 사이, IT와 반도체 사이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다양한 제조업체를 경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신사업에 진출하거나 인수합병(M&A)에 뛰어들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DB 관계자는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김남호 회장 등 CEO를 중심으로 전 임직원이 합심해 대응하고 있다"며 "단기성과를 이루는 동시에 중장기 성장기반을 탄탄히 다져 지속성장을 위한 발판을 만드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2000년대 초부터 그룹 지분을 승계해 DB손해보험과 DB Inc의 지분 9.01%와 16.83%를 각각 보유한 최대주주다. DB손해보험은 DB생명, DB금융투자, DB캐피탈 등을, DB Inc는 DB하이텍과 DB메탈 등을 지배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김남호 회장은 대규모 구조조정과 김준기 전 회장 일선 후퇴로 어수선해진 그룹을 다 잡는데 성공했다"고 "다만 과거보다 덩치가 쪼그라든 그룹의 제조업 회복이 급선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