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산 등 대규모 정비사업장 시공사 선정 유찰출혈경쟁 피하려 컨소시엄 맺고 단독입찰하는 경우 많아일부 정비사업 조합은 컨소시엄 입찰 거부
  • ▲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뉴스
    ▲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뉴스
    일감 부족으로 대형건설사간 경쟁이 치열하던 주요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장에서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건설사들이 출혈경쟁을 피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단독으로 응찰하고 있어서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상계1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은 지난달 28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마감한 결과, HDC현대산업개발이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한 차례 유찰됐다

    총 공사비만 2930억원에 달하는 사업으로, 현장설명회에는 HDC현대산업개발을 비롯해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호반건설, 제일건설 등이 참석했다. 당초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의 입찰 참여가 예상됐으나 사업성 탓에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1일 입찰을 마감한 강북 미아4재정비촉진구역 재건축사업 역시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곳 역시 HDC현대산업개발만 입찰에 참여해 유찰된 탓이다. 현장설명회에는 DL이앤씨,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7개사가 참석했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 대규모 정비사업에서도 시공사 선정이 유찰되는 경우가 잦아졌다. 사업비 규모만 1조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부산 서금사재정비촉진5구역 재개발 사업지는 지난달 30일 새로운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개최했다.

    GS·포스코건설 컨소시엄만이 설명회에 참석했다. 1차 시공사 입찰에서도 경쟁입찰이 이뤄지지 않아 시공사 선정이 미뤄졌다. GS·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이 2차 입찰에도 응한다면 수의계약 형태로 계약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부산진구 범천4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도 단독 응찰이 이뤄져 유찰이 난 상황이다. 해당 사업장에 단독 응찰에 나선 건설사는 현대건설로, DL이앤씨가 경쟁상대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으나 현대건설이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하면서 유찰됐다.

    이처럼 정비사업에서 시공사 유찰이 늘어나는 이유는 건설사들이 출혈경쟁을 피하기 위해 컨소시엄 형태로 사업에 참여하면서다. 수의계약 입찰방식이 쏟아질 경우 경쟁없이 사업제안을 하기 때문에 건설사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컨소시엄 형태로 사업이 진행될 경우 단지별로 공사가 따로 이뤄지면서 하자·보수 문제 해결절차가 복잡해질 수 있어 꺼리는 조합도 적지 않다. 이에 일부 사업장에서는 컨소시엄 입찰 거부를 아예 계약서에 명시하거나 해지하는 경우도 있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건설사끼리 컨소시엄을 맺고 입찰하는 게 꼭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며 "오히려 수주경쟁이 과열되면 조합원들간 다툼이 생겨 신속한 정비사업 추진이 이뤄지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