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사의 표명… 적자 누적·경평 부진 사유로지난해 경평 C등급… 전년 D등급서 1계단 상승고객만족도 조작·중대재해 발생 등 경고 누적에 부담
  • ▲ 현장 점검하는 손병석 사장.ⓒ연합뉴스
    ▲ 현장 점검하는 손병석 사장.ⓒ연합뉴스
    손병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임기를 9개월여 남겨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코레일은 2일 손 사장이 코레일의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과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경영관리 부문 성과가 부진한 데 따른 책임을 지고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지난달 18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보통'(C등급)을 받았다. 전년도에는 낙제점에 해당하는 '미흡'(D)이었다. 겉으로는 전년보다 1단계 상승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임기가 9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손 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게 석연찮다는 의견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손 사장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이에 대해 손 사장은 "어떤 (불미스러운) 문제나 개인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청와대나 국토교통부 등 위로부터) 나가라는 외압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손 사장은 "공식적인 사의 표명 이유 그대로"라며 "(경평 결과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해 경평 결과에서 코레일은 중대 재해가 발생한 12개 기관에 포함돼 기관장 경고를 먹었다. 다만 해임건의 대상은 아니었다. 2019년 경평에선 코레일의 고객만족도 조사 조작이 드러나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실적 부진에 따른 기관장 경고에 이어 2중으로 경고 조치를 받았다.

    다만 철도업계에선 손 사장의 사의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없잖다. 코레일의 적자 누적의 경우 어제오늘 일이 아닌 데다 지난해 적자는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확산에 따른 방역 조처로 승객이 줄어든 게 결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손 사장 사의 표명은) 뜻밖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지난해 어려운 여건에도 코레일이 선방했는데 경영관리 책임을 사장한테만 물을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권 말 마지막 보은·알박기 인사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반면 현 상황에서 코레일 사장의 주가가 높지 않다는 점을 들어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손 사장은 임직원에게 보낸 이임사에서 "한국철도가 처한 재무위기 극복 등 여러 가지 경영현안과 인건비, 조직문화 등 문제점이 개선되고 국민이 더 신뢰하는 공기업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열차운행을 위해 밤낮없이 땀 흘리는 3만여 임직원 가족에 대한 믿음과 신뢰는 변치 말아 주실 것을 국민께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