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보건소 등 선별진료소 검사 대기자 행렬시민들 “무더운 날씨에 주먹구구식 운영" 토로의료계 “무분별한 선제검사 비효율적” 지적
  • ▲ 9일 서울 소재 선별진료소에 방문한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제한된 공간 탓에 거리두기를 지키기 어려운 구조다. ⓒ강민석 기자
    ▲ 9일 서울 소재 선별진료소에 방문한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제한된 공간 탓에 거리두기를 지키기 어려운 구조다. ⓒ강민석 기자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되면서 방역망 유지를 위해 가장 중요한 선별검사소 운영에 과부하가 걸렸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집단 감염 사태로 한꺼번에 검사 대기자가 몰리면서 시민 불편은 물론 방역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선제 검사 확대는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하며 검사 대기자들을 시간대별로 분산 조치하거나 선별 진료소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정부는 귀를 닫고 있다.

    9일 본보가 서울지역 곳곳에 설치된 선별진료소 실태를 파악한 결과 여전히 검사 대기자가 넘쳐 몇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곳들이 많았다. 

    이날 오전 강남구보건소를 찾은 A씨(62.가정주부)는 “아침 일찍 왔는데도 오후 1시가 넘도록 검사를 받지 못했다”며 “이번이 두 번째 검사인데 첫 번째 보다 대기 시간이 훨씬 길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4차 대유행 단계라면서 선별진료소 자체가 너무 북적여 거리두기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우려스럽다”고 걱정했다. 

    최근 발생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집단 감염 사태로 연일 검사 대기자가 몰리고 있는 삼성역 임시선별진료소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B씨(30.직장인)는 “회사 건물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검사를 받으러 왔는데 줄이 너무 길어 한숨이 나온다”라며 “얀센 백신도 이미 맞았고 방역 지침도 잘 지켰는데 무슨 소용인가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일 이렇게 혼란이 빚어지고 있는데 당국은 대책도 안세우고 수수방관만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비단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한 강남권 만의 문제는 아니다. 연일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다른 지역 검사소에도 대기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구로구보건소를 방문한 C씨(52.직장인)는 “회사 동료의 아내가 어제(8일) 확진 판정을 받아 회사 근처로 검사를 받으러 왔는데 대기자가 너무 많아 무더위에 너무 힘들고 지친다”며 “사람이 많다 보니 1m 간격을 유지하다가도 다시 자연스럽게 밀착되는 현상이 벌어져 불안하다”고 말했다. 

    영등포구보건소에 검사를 받으러 온 D씨(23.대학생)는 "대기자가 많으면 카톡이나 문자로 현황이라도 알려준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고생하는 일은 없지 않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선 현장에서 근무하는 방역 요원들의 한숨도 커지고 있다. 

    E씨(29.방역요원)는 “쉬는 시간도 제대로 없이 근무를 서고 있다”며 “확진자가 많아지면서 검사를 받으러 오는 시민도 증가했고 결국 과부하가 걸렸다”고 우려했다. 

    그는 “인력이 좀 늘었다고는 하지만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개선책은 없고 매일 같은 상황이 반복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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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 다시 문 여는 임시선별진료소… 여전히 근본 대책은 ‘無’

    이런 상황이 연일 지속되다 보니 서울시는 임시선별진료소를 늘리기로 결정했다. 확산세가 완화하자 운영을 멈췄던 곳을 다시 가동키로 결정한 것이다. 

    이날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광장 임시선별진료소 개소를 시작으로 오는 12일까지 서울지역에 25개 임시선별검사소를 추가로 설치한다. 

    현재 서울시가 25개 자치구 선별진료소와 별도로 운영 중인 임시선별검사소는 26개소다. 검사소를 추가로 열면 총 51개소가 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뒤늦은 대응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방역요원이나 의료진들도 여전히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교수는 “4단계 격상까지 왔을 정도면 진작에 임시선별진료소를 열고 검사 대기자를 분산시켰어야 했다”며 “시민들의 고충이 쌓일 대로 쌓이자 조치를 취하는 것은 너무 늦은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시시설에서 버틸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정상적인 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분별한 선제 검사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막무가내로 ‘선제 검사 늘리기’에만 집중하는 것은 효율적인 방역 스시템이 아니다”라며 “스쳐 지나가다 감염될 가능성에 너무 많은 비용을 쏟아붓는 형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라도 집단 감염 발생 원인부터 규명하고 역학조사에 입각한 방역 대책을 설계해야 한다”며 “정부는 최대한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고 전문가들의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