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환우회 설문조사, 189명 중 66명만 정상진료 암 판정 후 신규환자 진료거부 22건 … 항암·외래 지연 흔해문체부 간부는 지방대병원서 대형병원 직행 후 입원·수술 제2 이재명 사태 언급되며 논란 … 공수처 고발 등 의료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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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대란 장기화로 인해 신규환자의 병원 진입 문턱이 높아졌다. 특히 암 판정을 받았어도 기존에 치료받던 환자가 아니어서 진료가 불가능한 구조로 변한 것이다. 환자들의 피해가 깊어지는 가운데 고위 공무원의 대형병원 전원 사태가 터지면서 공분이 쌓이고 있다. 

    7일 다수의 암 환자들에 따르면 신규환자를 받지 않는 대학병원이 늘어나고 있다. 각종 암 커뮤니티에는 어느 병원이 새로 암판정을 받은 환자를 받느냐는 질문이 계속 쏟아지고 있으며 이들은 장기간 대기에 돌입한 상태다. 
     
    A씨의 경우는 부친이 건강검진을 통해 폐암이 의심됐으나 병원 예약이 어려워 고통을 겪고 있다. B씨는 본인 암으로 판정됐으나 치료를 받을 병원을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라고 토로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가 공개한 한국췌장암환우회의 설문조사 결과에도 신규환자 거부 문제가 심각한 상황임이 드러났다. 

    췌장암환우회는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환자 및 보호자 189명을 대상으로 의료대란 상황 속 피해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정상진료는 66명뿐이었고 대부분은 외래, 항암 지연 등을 겪었다. 

    특히 최초 암 진단 후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않았다는 7건의 사례를 포함해 신규환자 진료 거부는 총 2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다양한 암종 중 췌장암 환자만을 분석한 결과여서 실제 의료현장에 다가가지 못하는 피해가 막대한 상황임을 유추할 수 있다. 

    의료대란 상황에서도 암 발생은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신규환자가 갈 곳은 제한적이다. 환자들 사이 공유하는 정보가 없다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기형적 구조가 됐다. 

    암환자권익협의회는 "의료대란이 장기화하면서 암 판정 직후 정신적 충격이 큰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병원을 찾기 힘든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라며 "인력난으로 신규환자를 받지 못하는 구조가 된 것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정 대치 국면의 봉합이 늦어질수록 공포에 떠는 환자들이 늘어나는데 이를 배려하지 않는 상황의 연속"이라며 "이달 내 어떤 형태로든 의료체계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길 소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환자는 고통 속인데 … 제2 이재명 사태 

    이처럼 암을 진단받아도 병원을 가지 못하는 환자 피해가 쌓이고 있는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 간부는 중증, 응급 상황이 아닌데도 일반인과 달리 대형병원에 신속한 전원과 입원이 가능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문체부 공무원 C씨는 뇌출혈 증세로 지난달 21일 세종충남대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당일 곧바로 서울아산병원으로 전원해 입원했고 2~3일 뒤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세종충남대병원은 A씨에게 현지 수술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태를 두고 의료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비판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이날 오후 해당 사건을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공수처 고발을 예고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다른 상황도 아니고 의료진이 녹초가 되고 병원이 초토화되는 상황에서 응급상황도 아니고 어려운 수술도 아닌 치료를 위해 권력을 사용했다"면서 "마땅한 처분이 내려지길 바란다"고 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당대표 후보는 SNS에 "의료대란으로 국민이 큰 고통을 겪고 있는데 '높은 분'은 간단한 수술마저 서울에서 받겠다고 권력을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허 당대표 후보는 문체부 간부의 사건을 올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산대서 서울대병원 전원과 동일한 맥락으로 봤다. 

    그는 "야당 대표부터 지역 거점 병원을 불신해 응급헬기까지 동원해 서울에서 수술받으니 이런 일이 당연한 듯 이어지는 것"이라며 "제2의 이재명과도 같은 그 문체부 고위공무원,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들도 이 사태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환자들은 당장 병원을 못 가는 것은 물론 수술을 하고 싶어도 무기한 대기가 걸려있다"며 "고위직은 상황이 위급하지 않아도 전원도, 수술도 가능한 구조였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혼란 속 의료체계 내에서 힘없는 환자들만 고통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된 것"이라며 "우선순위와 중증도에 입각한 환자들 치료가 이뤄져야 하고 그렇지 않고 권력을 이용한 이용한 의료 서비스를 받았다면 처벌을 받길 원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