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높은 관심 속 내달까지 예약 완료故 이건희 회장 "문화유산 보존, 시대적 의무" 강조해와
  • ▲ 이건희 컬렉션 국보 제216호 '인왕제색도' 첫 공개 ⓒ강민석
    ▲ 이건희 컬렉션 국보 제216호 '인왕제색도' 첫 공개 ⓒ강민석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생전에 수집한 작품들이 21일 일반인들에게 처음으로 공개된다.

    '세기의 기증'으로 평가되고 있는 이번 전시회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나란히 진행된다. 그동안 기증 작품이 일부 공개된 적은 있지만 '이건희 컬렉션' 대표작들로만 구성한 대규모 전시는 처음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삼성 일가에서 기증한 2만3000여점 가운데 135점이 공개된다. 작품들은 선사시대 유물부터 근현대 작가들의 주요 회화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고 전시된다. 

    앞서 지난 4월 삼성 일가는 국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이건희 회장 소유의 미술품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감정가만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술품에는 국보로 지정된 것도 있어 세간의 관심이 집중돼 왔다. 

    국보 14건 등 고미술품 2만1600여점은 국립중앙박물관, 국내외 대표작가들의 근대작품 1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됐다. 

    전시회를 보기 위한 국민들의 열기도 뜨겁다. 전시회 일정이 공개되자 예매 매진이 이어지며 관람권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예매는 각각 다음 달 19일, 다음 달 3일까지 모두 마감됐다. 

    이런 관심에 이건희 회장의 '문화보국' 정신도 다시 재조명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생전에 문화예술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안목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 회장은 평소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사명이며,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라고 강조해왔다.

    이 회장은 생전에 쓴 유일한 에세이와 2004년 리움미술관 개관식 연설문에서도 문화 자산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지난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현지에서 삼성 내부 회의에서는 루브르박물관, 영국 대영박물관,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 등을 언급하며 한국의 문화재 관리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들 박물관은 모두 개인 소장품 기증에 힘입어 세계적 명성을 갖게 된 곳인 만큼 고인 역시 희귀 소장품의 기증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이라는 게 유족 측 생각이다.

    특히 이 회장은 세계 미술사에서 손꼽히는 주요 작가들의 대표작이 국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문화 발굴과 후원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유산 보존과 함께 국민들이 문화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2004년 서울 남산 자락에는 국보급 전통미술과 근대미술,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리움'을 개관한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영국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과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프랑스 기메박물관 등 해외 박물관들에 한국실 설치를 지원하고 세계 문화의 중심으로 평가받는 미국 구겐하임미술관에는 '삼성 아시아 미술 큐레이터'를 배치해 한국 미술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도록 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문화 발전에 기여한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며 "문화사업 지원을 높이기 위해서도 삼성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