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 문화 대중화…증권사 통한 연금 투자 유입되는 MZ세대타업권 대비 월등한 수익률…고수익 추구하는 MZ가 연금시장 구조 영향줘투자금 작아도 우량 잠재고객…잇단 IRP 계좌 무료 수수료로 젊은 층 공략
  • 주식 투자에 눈 뜬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자)들을 공략해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시장 선점을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주식이 대중적인 투자 문화로 자리잡자 이 분위기를 타 적극적으로 MZ세대 노후 자금 유치에 나선 것이다.

    5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퇴직연금 DC형과 IRP 계좌의 신규(이전 포함) 계좌 수는 3만954계좌로 2만5135계좌였던 1분기와 비교해 3개월 만에 23.2% 급증했다. 반년 만에 5만6089계좌가 늘어난 것이다.

    특히 IRP 계좌에서 젊은 층의 신규 계좌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1분기 기준 20대 이상의 IRP 계좌 수는 지난해 말 1346계좌에서 1806계좌로 460계좌(34.2%) 증가했다.

    투자 잔고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사 IRP 적립금은 올해 1분기에만 4894억원이 급증했다. 전년과 비교해 1분기 IRP 적립금 증가율은 은행이 39%, 증권사가 61%로 증권사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통상 연말정산을 앞두고 절세 효과를 누리기 위해 연말연초께 연금 상품 가입이 급증하지만 연중 꾸준히 계좌 가입이 늘어나는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여전히 전체 가입자 중 40대이상 비중이 가장 높고, 사실상 은행권의 텃밭이지만 개인형 IRP(퇴직연금) 등 증권사를 통한 연금 투자에 대한 MZ세대의 관심은 체감상 두드러진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IRP 등 연금 상품과 관한 문의가 지난해에 비해 월등히 많아졌다. 계좌 개설 문의는 물론 상품 자료 요청 등 적극적인 투자자들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최근 증권사를 통한 연금 투자에 젊은 투자자들 관심이 늘어난 이유는 투자에 대한 인식이 변했기 때문이다. 과거 주식 투자에는 '투기', '패가망신'이라는 부정적인 꼬리표가 붙었지만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 활황으로 적극적인 투자층이 크게 늘며 주식 투자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특히 은행과 달리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다양한 상품이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증권사를 통해 노후 자산을 관리하려는 머니무브가 가속화되고 있다. IRP 계좌가 세제 혜택이 있는데다가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개인형 퇴직연금을 적극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는 투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수익률 면에서 증권사가 타업권 대비 월등하다는 점도 MZ세대의 관심을 높이는 요소다. 지난해 증권사(6.17%)들의 IRP 수익률은 은행(2.98%), 생명보험(2.54%), 손해보험(2.11%)에 비해 두드러졌다.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MZ세대 특성이 퇴직연금 시장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증권업계 미래 큰손 급부상한 MZ세대…"연금 시장서도 우량 잠재고객"

    증권사들은 당장의 투자금이 크지 않더라도 추후에는 우량 잠재 고객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MZ세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미 증권사들은 국내외 주식 투자 열풍의 경험을 통해 MZ세대의 시장 잠재력을 인지하면서 연금 시장에서도 미래의 큰손인 이들을 적극 공략하는 추세다.

    최근 이어지는 IRP 계좌 무료 수수료 경쟁도 사실상 젊은 층 유입을 위한 마케팅 전략이다. 

    모바일 주식 투자에 익숙한 MZ세대는 수수료에 대해 특히 민감한 편이다. 때문에 증권사들이 공격적으로 수수료를 낮추면서 비용에 민감한 젊은 층들의 투심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증권은 지난 4월 금융업계에서 처음으로 신규 고객 대상 수수료 전액 면제 IRP 상품 다이렉트 IRP를 출시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이를 시작으로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IRP 수수료를 경쟁적으로 없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40대 초반 조기 은퇴를 목표로 생활하는 파이어족을 꿈꾸는 MZ세대들이 늘고 있다"면서 "전체 연금 고객 중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것은 아니지만 유의미한 유입이 있다. 증권사들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금 투자도 증권사에서'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30대 신규 IRP 계좌 수가 늘어나는 추세를 볼 때 아직 연금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젊은 층 잠재 고객이 여전히 많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투자에 대한 젊은 층들의 인식이 변해가는 시점에서 증권사들의 선점 노력은 더 활발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