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A, 10월 1일 집단 파업 선포삼성 상반기 운임비 1조3615억… 이미 63% 증가LG, 3분기에만 1000억~1500억 추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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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정세로 접어들었던 글로벌 해상운임이 미국 동부와 동남부 항만 파업으로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 들어 치솟은 해상운임에 물류비 부담이 늘어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사들은 추가적인 운임 상승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다음달 1일을 기점으로 미 동부와 동남부 항만의 파업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앞서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는 임금 77% 상승을 골자로 한 노조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 50년 만에 첫 파업을 단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동남부 항만의 미국의 수입 물량 43~49% 가량을 책임지고 있는데다, 이번 파업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급망 차질과 물가 상승 등의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내 마지막 대규모 항만 파업이었던 2002년 당시 서부 항만들이 11일간 운영을 멈추면서 하루에 10억 달러(한화 약 1조3000억원)가량의 비용이 발생하고 6개월간 물류 지연 여파가 이어진 바 있다.

    글로벌 해운조사업체 시인텔리전스도 “ILA가 하루만 파업해도 그 영향이 해소되기까지 5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항구 노동자들이 10월 1일부터 1주일 파업에 돌입하면 11월 중순까지 물류 일정이 지연되고, 만약 2주로 늘어나면 내년 1월까지 공급망 차질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들어 치솟은 해상운임에 물류비 부담을 겪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업계에서는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부터는 해상 운임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물류비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작년 하반기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상선을 공격하는 홍해 사태가 장기화하며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작년 11월만 해도 1067.88이었던 SCFI는 올해 1월 5일 1896.65를 시작으로 7월 5일 3733.80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 물량이 일단락돼고 해운사들이 앞다퉈 선복을 추가 투입하는 등 공급을 늘린 영향으로 8월 9일 3253.89, 9월 6일 2726.58, 9월 20일 2366.24 등 지수는 하향 안정세를 띄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물류비용으로 수익성 둔화를 겪었다. 완제품의 크기가 커 해상 물류망을 주로 이용하는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 가전 제품 제조사 입장에서는 급등한 해상운임이 고스란히 비용 부담으로 작용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운반비로만 1조3615억원을 지출했다. 작년 상반기 8346억원과 비교하면 63.1% 증가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지난 2분기 삼성전자 생활가전(DA) 사업부는 수익성둔화를 겪기도 했다. 2분기 삼성전자 가전부문(VD·DA) 영업이익은 49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8% 감소했다. 

    LG전자는 상반기 물류비로 1조4225억원을 지출했다. 전년 동기 1조3443억원 대비 5.8%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이는 상승한 해운운임이 반영되지 않은 기존 계약에 따른 것으로 3분기부터는 적잖은 물류비 상승이 예상된다. 

    LG전자는 지난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해상 운임 비딩(입찰) 결과 컨테이너당 해상운임이 지난해 동기 대비 58% 상승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작년 3분기 LG전자의 운반비가 6300억원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3분기 1000~1500억원의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비용 상승이 상반기 내내 부담이었는데 하반기 상황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가전은 물류비가 중간이윤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물류비가 오르는 만큼 가격을 높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