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된 미국형 ETF 7종목, 1년 만에 순자산 2조366억원 기록신규 상장 종목들에 자금 유입 눈길…기관 거래량도 급증자산운용사, 관련 상품 잇단 출시·수수료 낮춰…"개인·기관 투자자 투심 확보"
  • 올해 들어 국내 증시에 상장된 미국 상장지수펀드(ETF)들로 자금이 쏠리고 있다. 국내 증시가 박스권을 맴도는 사이 뉴욕 증시는 고공행진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투심이 몰린데다가, 그간 국내 상장된 해외 ETF 투자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던 기관투자자들의 관심까지 커진 덕분이다. 

    미국 ETF 순자산이 급격히 커지면서 자산운용사들은 관련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수수료를 낮추는 등 시장 공략을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19일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지난해 8월 이후 설정된 국내 상장된 미국 ETF(상장지수펀드)는 7종목(미래에셋 TIGER 필라델피아 반도체 나스닥·미래에셋 TIGER 미국톱10 INDXX·키움 KOSEF 미국 방어배당 성장나스닥·KB 스타 미국 나스닥100·한국투자 KINDEX 미국 나스닥100·미래에셋 TIGER 미국 S&P500·한국투자 KINDEX 미국 S&P500)으로, 1년 만에 순자산 2조36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0년 이후 국내 상장된 전체 미국 ETF(25종목)의 순자산이 4조4383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1년 새 자금 유입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순자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미 ETF는 지난 4월 상장된 '미래에셋 TIGER 미국 톱10 INDXX'로, 4개월 만에 순자산 4864억원을 기록했다. '미래에셋 TIGER 필라델피아 반도체 나스닥'(4627억원), '미래에셋TIGER미국S&P500'(4572억원)도 그 뒤를 이었다. '한국투자KINDEX미국S&P500'과 '한국투자KINDEX미국나스닥100'에도 각각 3015억원, 2142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자산운용사별 상황을 볼 때도 이들 미 ETF로의 자금 유입이 두드러진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 13일 종가 기준 이 회사 전체 TIGER 미 ETF 14종목의 순자산은 3조1913억원으로, 올해 들어 2조152억원 증가했다. 그중 지난해 말 대비 순자산이 늘어난 ETF는 12종목으로, 올해 상장된 3종 ETF에서만 1조4042억원이 늘었다. 지난 2010년 상장된 'TIGER 미국나스닥100 ETF'(4064억원)까지 포함하면 1조8000억원을 넘어선다.

    이 회사의 전체 TIGER ETF 128종목의 순자산이 지난해 말 대비 6조원가량 늘어난 것을 감안할 때 12종목에 불과한 미국 ETF의 덩치는 급격하게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17일 기준 전체 49개 KINDEX ETF의 순자산 총액은 3조2375억원으로, 연초 대비 8118억원 증가한 가운데 미국 ETF 순자산만 8개월 새 4510억원 증가했다.
  • ▲ ⓒ각사
    ▲ ⓒ각사
    ◆연일 사상 최고치 미국 증시…"기관도 국내 상장 해외 ETF에 관심 커져" 

    올 들어 미 ETF에 투자금이 몰리는 이유는 국내 증시에 비해 미국 증시가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뉴욕 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의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3월 저점과 비교할 때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8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와 나스닥지수는 100% 넘게 급등했다.

    지난해 8월 이후 국내 상장된 미국 ETF 7종목의 수익률도 지난 12일 기준 19~27%까지 높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 코스피 지수는 지난 1월 25일 종가 기준 3208.99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최근까지 3200선 박스권에 갇혀 옆걸음 중이다. 그나마도 반도체 업황 우려감으로 일부 대형주에 대한 외국인 매도세가 몰리면서 3100선으로 내려온 상태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폭발적으로 증가한 해외주식 투자 문화가 안착한 가운데 미국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국내 상장 ETF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전히 해외 종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선 특정 종목보단 ETF를 통한 투자가 더 용이하다고 평가된다.

    업계에선 그간 상대적으로 국내 상장 해외 ETF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기관들의 투심이 몰리는 것도 의미 있게 보고 있다. 연기금 시장 확대로 기관투자자들의 ETF 를 활용한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상장된 '미래에셋 TIGER 미국 S&P500'과 '한국투자 KINDEX 미국 S&P500'의 기관투자자 거래량(매수·매도 합산)은 상장 직후 6개월 대비 최근 6개월 동안 각각 45.88%, 52.97% 급증했다.

    대형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국내 기관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에 상장된 해외주식 ETF를 잘 활용하지 않았다"면서 "최근엔 해외 직접투자를 진행하던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이 유독 높아진 걸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개인 투자자는 물론 기관들의 관심까지 몰리면서 투심을 잡기 위한 자산운용사들의 각축전도 치열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최근 미국 스팩 및 스팩 합병 기업공개(IPO) 종목에 투자하는 'KINDEX 미국스팩&IPO INDXX'와 미국 친환경 관련주에 투자하는 'KINDEX 미국친환경그린테마 INDXX'를 신규 상장했다. 국내에서 미국 스팩이나 친환경 테마에 투자하는 ETF가 출시한 건 한투운용이 처음이다.

    그간 지수형 미 ETF에 집중해왔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부터 테마형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미래운용은 지난 4월 미국 반도체 관련 기업들과 미국 나스닥 거래소에 상장된 기술기업들에 투자하는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과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를 상장했다.

    KB자산운용은 미 ETF 등 해외형 ETF 상품 시장 공략을 위해 최저 수수료 전략을 펴고 있다. 지난해 말 'KB STAR 미국나스닥100 ETF'를 출시한 직후 보수를 연 0.07%에서 연 0.021%로 내렸다. 이를 통해 개인은 물론 기관 투자자들에게 어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현승 KB운용 대표는 "ETF 특성상 동일 지수 추종 상품 간 성과 차이가 크지 않아 장기 투자 시 저렴한 보수가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장기 투자를 해야 하는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ETF 최저 보수는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