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업종 달라 평가 달리해야"단순 비교 의미없어… 주가, 기업 가치 가장 잘 반영""국민연금, 삼성물산 주식 매도… 저평가 검찰 주장과 달라"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의혹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업종이 다른 만큼 단순히 주가순자산배수(PBR) 수치로 기업을 고평가, 저평가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진술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는 2일 오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14차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은 지난주에 이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검토 당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서 근무한 최모씨(현 삼성증권 팀장)에 대한 변호인측의 반대 신문으로 진행됐다.

    이날 변호인단은 이번 재판의 주요 쟁점 중 하나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기업 가치 평가를 높고 신문을 이어갔다. 검찰은 삼성이 지난 2015년 9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간 합병 과정에서 회계 장부를 조작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삼성바이오의 회사 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평가해 제일모직의 주가를 올리는 방식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을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했다는 것이 검찰 측 주장이다. 

    그러나 증인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속한 업종이 다르다 보니 평가를 달리해야 하는데, PBR 수치만 놓고 고평가냐 저평가냐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진술했다. 오히려 주가가 기업 가치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는 게 증인 설명이다. 

    최씨는 "PBR은 고평가, 저평가를 판단하는 지표가 아니다"며 "자산이나 이익 매출 배수 높다는 건 향후 성장 가능성 크다고 보고 투자자가 높이 평가해 타 기업보다 지수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거래할 때는 동일업종에 동일규모를 비교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전혀 다른 업종이나 규모 차이가 큰 기업과는 비교를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삼성물산의 PBR은 0.7배, 제일모직은 3.3배라는 것은 제일모직이 3.3배 부풀려졌다는 의미냐"를 묻는 변호인단 질문에 "현상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는 것으로 주가가 본질 가치보다 뻥튀기됐다는 건 아니다"고 했다. 

    이와 함께 변호인단은 당시 국민연금의 주식 거래를 들어 검찰의 제일모직 고평가 주장은 맞이 않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은 제일모직 상장 직후부터 합병 발표 전인 2015년 5월 말까지 6개월 간 제일모직 주식을 4669억원어치(337만7321주)나 순매수했다. 검찰의 공소장 내용대로 당시 제일모직이 고평가돼 주가가 급락할 우려가 있었다면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이 회사에 대한 지분을 팔아치워 손실을 최소화하는 게 자연스런 상황이다. 

    최씨는 "지난 21014년부터 2015년 5월까지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주식을 매도했는데 이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진행한 것으로 삼성물산이 저평가됐다거나 상승 전망됐다는 검찰 주장은 맞지 않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는 같은 기간 국민연금이 제일모직 주식을 매수한 것과 관련해서는 "추가 주가 상승을 보고 매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재판의 주요 쟁점은 ▲1:0.35의 비율로 진행된 제일모직-삼성물산 흡수합병의 불법성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저질렀는지 여부 등이다. 

    변호인단은 당시 삼성물산의 상황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삼성물산은 건설업의 불경기 지속과 해외프로젝트로 인한 막대한 손실로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 변화로 순환출자 등 규제 변화까지 맞물리면서 합병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합병 이후 삼성물산의 경영실적과 신용등급도 상승하는 등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합병 비율 역시 자본시장법에 따라 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산정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비율은 1:0.35로 자본시장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사회 결의일 이전 한달간 각 회사 시가총액의 가중평균값으로 결정됐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