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달 대비 발행규모 124% 급증전체기업 70% 마지막주 CB 발행 결정리픽싱 상향 의무화 앞두고 대거 몰려코스닥사 자금조달 어려움 VS 기업 옥석가리기 진행
  • 지난달 상장사들의 전환사채(CB) 발행 규모가 2조원을 훌쩍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이달부터 CB 발행 시 전환가액 상향 조정을 의무화하기로 하면서 규제 도입 직전인 11월 안에 CB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1월(1~30일) CB 발행을 결정한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상장사는 139곳, 이들 회사가 발행한 CB는 총 2조4367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0월 58개사에서 약 1조859억원가량 발행된 것과 비교할 때 발행 총액이 124.4% 증가한 수준이다.

    11월 한 달 발행금액은 월별 기준 올해 들어 가장 많은 규모다. 앞서 가장 큰 수준이었던 지난 6월(1조1621억원)의 두 배를 웃돈다.

    CB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채로, CB 투자자들은 채권처럼 이자를 받다가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바꿔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 일반 주주 입장에선 대규모 물량 출회와 주주 가치 희석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지난달 상장사들의 CB 발행이 급증한 이유는 주가 상승 시 CB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상향을 의무화하도록 당국 규제가 이달부터 강화돼서다. 

    이달 이사회 결의로 발행하는 CB부터 이 조항이 새로 적용되면서 제도 전환을 앞두고 상장사들의 CB 발행이 대거 몰린 것이다.

    지난달 22일부터 말일까지 7일간 CB 발행을 한 상장사는 100곳으로, 전체(139곳)의 70%를 웃돈다. 특히 11월 마지막주 이틀(29~30일) 동안에만 51개사의 CB 발행이 몰렸다.

    한 달 동안 CB 발행을 2~3차례 이상 진행한 기업도 상당수다.

    우수AMS, 블루베리NFT, 투비소프트, 에디슨EV, 와이투솔루션, 웰바이오텍, 비덴트, 라이트론, 롯데관광개발, 대호에이엘, 소프트센, CBI, 삼강엠앤티, 아센디오, 디엠티, 신원종합개발, 한국테크놀로지, 국보 등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코스닥 상장사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CB 리픽싱 상향이 의무화되면 CB 투자로 얻는 시세차익이 급격히 줄어든다. 상장사 입장에선 0%에 가까운 저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지만 제도 변화에 따라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제도 변화를 앞두고 지난 한 달간 CB를 발행한 기업 대부분은 코스닥 기업이었다.

    코스닥 상장 기업은 104개사(1조7612억원)로, 전체 75%에 달한다. 코스피에선 33개사·6452억원 등의 CB 발행이 이뤄졌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신용이 낮은 기업들이 저금리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CB를 발행했다. CB 투자 매력이 줄어들면 신용 낮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난항이 예상된다"면서도 "무분별한 CB 발행에 제동이 걸리고 기업 간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이달부터는 특히 코스닥의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던 전환사채 발행 리스크가 완화될 것"이라면서 "다만 전환사채 발행에 대한 규제가 '일부 기업들의 자금조달 어려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고려해봐야 할 리스크로, 이를 고려해 코스닥 내에서 소형주보다는 대형주가 더 우세한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