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침체로 지지부진…공모주펀드 한 달 새 5000억원 유출하반기 상장 기업 중 ‘따상’ 기업, 상반기 3분의 1 못 미쳐시몬느 등 상장 철회…“변동성 확대로 기업가치 평가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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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부터 지속됐던 기업공개(IPO) 시장의 흥행세가 최근 들어 움츠러들면서 공모주펀드에서도 자금이 급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달 상장한 카카오페이를 끝으로 이른바 ‘대어’급 기업의 상장이 사라진 데다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IPO 시장이 다소 침체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지난 3개월간 국내 공모주 펀드 145개에서 무려 6222억원이 빠져나갔다. 최근 한 달만 놓고 보면 4295억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지난해 11월 총 설정액이 3조원을 웃돌던 공모주펀드는 올해 들어 한때 설정액이 8조원을 넘어서는 등 뭉칫돈이 몰렸다. 하지만 최근 IPO 시장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는 모습이다. 

    공모주펀드는 공모주 청약을 목적으로 설정, 운용되는 방침에 공모주 청약이 포함된 펀드다. 일반적으로 전체 설정액의 10~30%를 공모주로 채우고 나머지는 채권이나 일반 주식, 해외 주식 등으로 구성, 자산의 일부를 공모주에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공모주펀드는 일반 주식투자보다 소액으로도 수익성은 물론 안정성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자산운용사가 운용전략을 세우고 종목을 매수해 운용하면 개인투자자는 IPO 시장 강세에 따른 수익을 펀드 운용성과를 통해 얻을 수 있다.

    공모주펀드는 특히 지난해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하이브(구 빅히트) 등에 이어 올해에도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IET, 카카오뱅크, HK이노엔 등 ‘조 단위’ 대어급 IPO가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올해 6월부터 여러 증권사에 중복으로 청약하는 ‘공모주 중복청약’이 금지되면서 투자자들의 대안으로 부상했다. 금융당국이 공모주 중복청약을 금지하는 등 투자 문턱을 높이면서 손쉽게 공모주에 투자할 수 있는 공모주펀드가 각광을 받은 것이다.

    다만 공모주 성적이 다소 떨어지면서 공모주펀드의 인기도 식고 있다. 

    실제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SK바이오사이언스를 포함해 15개사가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되고서 장중 상한가 기록)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하지만 9월 이후로는 현재까지 일진하이솔루스, 지아이텍 등 2개사만 따상에 성공했다. 카카오의 자회사로 관심을 모았던 카카오페이는 상장 첫날인 지난달 3일 공모가 대비 114% 높은 가격에 장을 마치며 우수한 성적으로 중시에 입성했으나, 따상은 실패했다.

    IPO 대어 중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경우도 속속 나왔다. 지난 10월 상장한 리파인과 지난달 초 상장한 지니너스 등은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를 하회했다.

    기관 수요예측 부진에 따른 상장 철회도 잇따르고 있다.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과 SM상선은 각각 지난 10월과 지난달 공모를 철회했다. 증시 불확실성이 크고, 시장의 가치평가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아직 상장 심사를 통과하지는 못했으나 IPO 기대주로 꼽혔던 넷마블네오도 지난달 4일 한국거래소에 심사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넷마블네오는 6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심사가 지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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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은 연말 IPO 시장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 접어들며 상장 이후 수익률 하락폭이 다소 크게 나타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연초보다 신규 상장 기업의 차익실현 욕구가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나 연구원은 이어 “연말 IPO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됐던 대어급 기업들이 업황에 따라 상장 시점을 조금씩 미루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기업가치 평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 12월 IPO 예상 기업 수는 평균 수준을 크게 하회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2월 IPO 예상 기업 수는 11~13개 수준으로 과거(1999~2020년) 12월 평균인 17개 대비 크게 하회하는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며 “전년 24개 대비 절반 수준을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지난달 30일 기준 기관 수요예측을 마치고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은 4개”라며 “이를 포함한 12월 상장을 목표로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은 모두 12개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12월 IPO 시장의 예상 시가총액은 1조7000억~2조원 수준을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역대 동월 상장 평균 시가총액(1조9000억원) 대비 유사한 수준이다.  

    그는 “결론적으로 올해 12월 IPO 시장은 상장기업 수 측면에서는 부진하나 공모금액과 시가총액 측면에서는 평균 수준을 예상한다”라며 “상장기업 수는 전년 대비 절반 수준이고, 공모금액과 시가총액은 12월 평균 대비 유사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