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의사결정에 노조 입김 강화공공 → 4대 기업 → 10대 기업 확산 전망KB 등 금융기관 물꼬… 포스코도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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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에 노조가 추천하는 인사를 포함시키는 노동이사제가 국회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다. 당장은 공공기관에 적용한다는 법안이지만, 재계는 우려를 금치 못하는 표정이다.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우원식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인 기재위를 통과했다. 법안을 추진 중인 여당은 법사위를 거쳐 11일 본회의에 부칠 예정이다.법안의 골자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이다. 본회의에서 처리되면 131개 공공기관은 올해 하반기부터 노동자 대표 추천이나 동의를 받은 비상임 이사를 1명을 이사회에 포함시켜야 한다. 노동이사는 의결권은 제한되지만, 기관의 주요 의사결정을 함께 할 수 있다.본회의 통과 가능성은 높다. 당초 법안은 야당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으나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한국노총 지도부의 만남에서 노동이사제를 최우선 과제로 약속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여기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찬성 취지 입장을 밝혀 속도를 내고 있다.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주요 공공기관을 관리감독하는 기획재정부의 권한은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노조 입김은 강해져 주요 사업계획이나 예산을 짜는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국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공기업 경영에 노조가 개입 가능해지는 셈이다. 예금보험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금융기관에도 노동이사제가 도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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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당장은 공공기관에 한정된다 하더라도 근로자가 이사회에 참여한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지는 것을 경계하는 표정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지금도 노사 관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앞으로 노조 규모와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노동이사제는 사회적 경제가 헌법에 명시된 독일 등 유럽을 중심으로 생겨난 개념이다. 자본주의를 최우선시 하는 미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제도다. 마찬가지로 주주자본주의를 통용하는 한국 법체계와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독일, 체코 등은 경영이사회와 감독이사회를 따로 두는 이원제를 채택하고 있다"며 "한국을 포함해 영미식 법체계를 따르는 미국, 영국 등에서는 이를 법률로 규정한 사례가 없다"고 했다.공공기관을 시작으로 민간기업에도 노동이사제 도입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경총이 전국 경제·경영학과 교수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0%가 "법안 통과시 민간기업에도 노동이사제 도입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답했다. 또 68.5%는 "노동이사제가 노조 측으로 힘을 쏠림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했고, 61.5%는 "민간기업에 도입될 경우 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봤다.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전 펴낸 공약집에서 노동자 추천 사외이사제를 공공부문부터 시작해 4대 재벌과 10대 재벌 순으로 점차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후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도 공공기관 감사 독립성 강화 및 노동이사제 도입을 통한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선이 명시됐다.재계는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금융기관 등 국민연금의 지분이 높은 곳부터 노동이사제 도입 압박이 가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해 11월 금융권 최초로 노조추천 이사제 도입을 관철했다. KB금융지주도 2017년 노조추천 사외이사 선임안을 시도한 바 있다. 당시 KB금융지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주총에서 해당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금융기관에 이어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대기업은 모두 노동이사제 도입 압박에 노출될 공산이 크다. 예컨대 별도의 오너 없이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인 포스코의 경우 도입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는 300여개에 달한다.전경련은 "노동이사제 도입이 민간기업으로의 도입 압력으로 이어질 경우 가뜩이나 친노동정책으로 인해 위축된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경제위기 속에서 부작용 우려가 큰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입법절차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