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투자대회 입상하며 증권맨 꿈키워온 6년차 PB 4년 공백 후 다시 찾은 영업 현장…첫 마음 다잡는 열정맨"고객 부자만들기"…'디테일·원칙' 필승전략으로 신뢰 쌓아
  • ▲ 김현수 하이투자증권 목동지점 PB ⓒ강민석 기자
    ▲ 김현수 하이투자증권 목동지점 PB ⓒ강민석 기자
    김현수 하이투자증권 서울 목동지점 프라이빗뱅커(PB)는 6년차 PB지만 매일 신입사원과 같은 마음으로 영업 현장에 나선다. 10년 전 PB로 입사했지만 현장을 떠난 4년여 공백의 시간만큼 현장에 대한 목마름, 고객과 만남에 대한 절실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초년병 시절 PB로 발령받았을 그때의 첫 마음가짐으로 매일 아침 열정을 다잡는다.

    그는 대학교 3학년, 친구 따라 언론사가 주최하는 주식투자 대회에 나가면서 어쩌다 주식을 하게 된 케이스다. 소위 오디션 보는 친구를 따라갔다가 대신 캐스팅된 연예계 입문 후일담과 비슷하다. 주식에 전혀 관심 없던 그는 대회 신청을 해놓고 벼락치기로 주식공부를 했다고 한다. 함께 참여했던 동기들 중 김 PB만 결선에 진출했고, 그는 전체 3위에 입상까지 했다. 증권업 매력에 빠진 건 그때부터라고 한다. 이후 키움증권과 우리투자증권(現 NH투자증권)에서 주최하는 대학생 투자대회에서도 입상했다. 

    시작은 남들보다 수월한 듯했지만 증권사에 입사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10년 전에도 증권사 입사에는 만만치 않은 경쟁이 있었다. 50군데 넘게 입사 지원을 하고, 힘들게 잡은 최종면접 기회에서 탈락한 날은 패배감에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었다. '인연은 따로 있다'는 말처럼 하이투자증권 면접전형 날, 유난히 느낌이 좋았다. 절실한 마음이 닿았는지 1500대1의 경쟁을 뚫고 지난 2011년 하이투자증권 죽전지점에서 PB로 첫발을 내딛었다. 

    야심찼던 포부도 잠시, 1년 만에 그는 본사 총무팀으로 발령 났다. 증권업계 지점 통폐합이 가속화되면서 지점이 폐쇄돼 직원 절반은 업무 지원 부서로 배치됐다. 현장 체질인 그였기에 처음엔 변화가 꽤 당황스러웠다. 처음 접해본 캐드(CAD) 도면 작성, 각종 규정을 다루는 일이 낯설었지만 어디서든 맡은 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총무 업무에 충실히 매진했다. 그리고 4년 후, 그에게 다시 대치지점에서 WM영업 기회가 주어졌다.

    그는 "업무가 낯서니 처음엔 혼나기도 참 많이 혼나며 배웠는데 지금도 그때 만든 계약규정, 건물관리·차량 규정 포맷을 보면 고생한 보람에 뿌듯하다. 지점 영업을 꿈꿔와 현장에 대한 갈망도 있었지만 지원 업무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됐다. 덕분에 회사 살림살이에 더 살뜰한 관심이 생겼다"면서 "다시 PB로 복귀한 대치지점은 내가 총무팀에 있을 때 인테리어, 배선에 이르기까지 크고작은 것들을 다 도맡았던 곳이다. 내 집같고 애틋한 느낌까지 들었다"고 소회했다.
  • ▲ 김현수 하이투자증권 목동지점 PB ⓒ강민석 기자
    ▲ 김현수 하이투자증권 목동지점 PB ⓒ강민석 기자
    ◆디테일 관리·원칙 지킨 필승 전략 

    다시 현장에 돌아왔을 땐 더욱 절실했다. 과거를 객관화하며 부족한 점은 극복하고,  열중해야 할 부분에 집중했다. 시스템화된 대형사에 비해 중소형사는 PB 스스로 고객을 확보하고 자신만의 시스템을 만들어갈 여지가 크다는 게 매력적이다. 중소형사 젊은 PB로서 스스로 브랜드파워를 키워내고자 가장 높게 둔 가치는 디테일과 도덕성이다.

    선굵은 이목구비, 묵직하고 짙은 첫인상이지만 고객관리는 누구보다 섬세하고 부드럽고 꾸준하다. 유선 상담과 오프라인 미팅을 통해 최대한 그날그날 계획에 맞춰 전 고객과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요즘 같은 횡보장에선 대응 시점이 중요하기에 아무리 바쁘더라도 업데이트된 정보를 즉각 공유하고, 꾸준한 관리에 방점을 둔다.

    처음엔 그의 잦은 연락을 귀찮아 하는 고객들도 있었다. 연락만 하는 영양가 없는 PB로 남지 않기 위해 그는 치열하게 공부하고 소통했다. 고객을 사로잡는 건 디테일이지만 그 디테일은 수익 성과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률이 담보되니 어느새 그들에게도 믿음직스런 PB가 됐다. 초년차 죽전지점 때부터 자신을 잊지 않고 연을 이어가는 고객들에겐 특히 감사한 맘이 크다.

    "주기적으로 전화했더니 유독 달갑지 않아 하던 고객이 있었다. 그런데도 6개월을 꾸준히 연락했다. 잊을 만하면 연락드려 논의했더니 어느새 내게 맡겨준 자산의 크기가 비교할 수 없이 커졌다. 처음엔 1000만원을 맡겼던 분이었는데, 지금은 수익을 포함해 잔고가 6억원까지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에 유입된 젊은 고객 대부분은 이전 고객들의 자녀거나 그들의 소개를 통해 연이 닿았다. 지난해 상반기 한 언론사가 주최한 실전 투자대회에서 3위를 기록,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 각지에서 유입된 젊은 고객들도 있다. 이들에겐 연령대에 맞는 디테일이 요구된다. 많은 정보 공유와 스터디를 원하는 MZ세대를 위해선 단체 채팅방을 운영한다. 시황과 추천 종목, 시장 전반에 대한 기사 업로드 등 각종 정보에서부터 문의사항에 대한 답변 등 양방향 소통 방식으로 실시간 채팅방을 운영 중이다. 

    김 PB는 "MZ세대들은 코로나 이후 대세상승장의 달콤함을 맛보고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힘들어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지금 같은 횡보장에서도 상승하는 종목은 분명 있고 이런 장세일수록 정확한 정보에 접근해야 한다"며 "가짜 정보가 너무 많기에 지혜롭고 민첩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온라인투자가 대중화된 지금에서 PB는 이 부분에 긴밀한 조력자가 돼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디테일은 관리 실적으로 이어졌다. 목동지점 영업 1년 만에 150계좌가 늘어 현재 관리 계좌는 250계좌, 대부분 개인 고객으로 관리자산은 300억원에 달한다.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진 목동지점으로 이동했음에도 절반 넘는 고객이 그와 여전히 거래를 유지하고 있다. 
     
    김 PB는 '내가 당장 투자하고 싶은 종목과 금융상품만 고객에게 권유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김 PB가 생각하는 금융업종사자로서의 도덕성은 바로 이 소신이다. 그는 고객의 수익 가능성 여부와 상관없이 본인에게 높은 수수료가 책정되는 상품 위주 추천을 하지 않는다. 

    그는 자기매매를 지양한다. PB로서 세운 일종의 원칙이다. 자기매매가 나쁘다고 판단해서가 아니라 처음 신입 PB 시절 자기매매를 하다가 고객 계좌보다 자기 계좌에 몰두했던 뼈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장 상황에 따라 다급하게 대처해야할 때가 있는데 내 계좌를 먼저 챙기느라 고객계좌 관리를 소홀해 욕도 먹었었다. 고객 자산과 PB의 자산이 함께 성장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스스로 아직 그 능력까진 못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PB로 돌아왔을 때 제일 먼저했던 결심이다. 업무 효율성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기 전까진 자기매매는 하지 않을 계획이다." 

    ◆"녹록치 않은 올해 시장, 역발상 접근…고객과 성장하는 PB 되고파"

    김 PB는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시장을 역발상의 논리로 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펀더멘털이 망가질 때 반대로 벨류에이션이 상승해 베어마켓 랠리(하락장 가운데 나타나는 일시적 반등장)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2019년이 가장 대표적인데, 반도체 업종 때문에 PER이 펀더멘탈 지표를 이탈해 상승한 유일한 시기였다는 게 김 PB의 설명이다. 당시 OECD 경기선행지수가 내리면서 삼성전자·하이닉스 주당순이익(EPS)이 동반 하락했지만 이들 주가는 올라 주가수익비율(PER)은 높아졌다. 

    그는 "지난해 국내 수출 주력 기업들이 OECD 경기선행지수가 오르는 중 주가가 내렸으니 내년엔 2019년과 비슷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PB는 투자에서 생각의 유연성을 함상 염두에 둔다. 특별히 선호하는 섹터는 2차전지와 제약·바이오지만 평소 관심 없던 섹터라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면 언제든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단 생각으로 접근한다. 

    그의 꿈은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PB다. '내가 고객보다 낫다'는 아집과 자만의 태도가 아니라 끊임 없이 유연한 태도로 공부하고, 고객과 새롭게 소통하고 고민하며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평생 함께할 수 있는 PB로 기억되고 싶다는 것.

    그간의 경험상 고객 성향에 맞는 디테일을 함께 고민하며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고객들의 수익률도 훨씬 높았다. 최근 들어 다양해진 연령층의 고객과 소통 과정을 통해 그같은 생각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이전보다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들과 소통하면서 느끼는 건 정보 교류의 욕구가 높다는 점이다. 나도 모르는 정보들을 알게 될때도 있는데 PB인 나 역시 새로운 정보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윈윈한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는 이제 겨우 5년차 성장해가는 PB다. 지금같은 어려운 시장에서도 동참할 고객이 있다면 옆에서 성심성의껏 도와드리고 함께 성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