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거리두기 발표 앞두고 혼란 가중… 발생 규모부터 줄여야정치권 개입 대신 전문가 의견 존중… 질병청 권한 확대 필수중대본 기능 축소 후 방대본 역할 강화, K방역 개편 셈법
  • ▲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 ⓒ한림대성심병원
    ▲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 ⓒ한림대성심병원
    “K방역은 사공이 많아 산으로 가기 때문에 한계에 부닥쳤다. 방역 결정에 있어 국무총리 개입은 불필요한 상황이며 전문가 조직이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하도록 충분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 방역 완화는 독(毒)이다.”

    최근 본지를 통해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오미크론 대유행 확산으로 대국민 불안감이 증폭된 상황인데도 방역정책 결정과정에서 혼란이 일고 있다”며 일갈했다.

    내일(18일) 결정될 ‘거리두기 완화 또는 유지’라는 선택지를 두고 김부겸 국무총리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현상이 나타난 것은 K방역의 취약점이 그대로 드러난 대목이다.

    실제 김부겸 총리는 민생경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역 완화를 언급했고 현행 ‘6인-9시’에서 ‘8인-10시’로 전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은경 청장은 방역이 풀리면 의료붕괴가 예상된다며 단계적 접근이 필요한 상황임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19 초기와 달리 불필요한 정치권의 개입이 늘어나 문제가 커지고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방역 결정에 있어 비전문가인 총리의 의견은 축소되고 전문가인 질병청장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것이 합당하다”고 밝혔다. 

    그는 “차차 규제요인을 풀고 자연면역의 길로 가야 한다는 방향성은 필요하지만, 확진자가 하루새 9만명씩 발생하고 그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현 상황에서 방역을 풀면 감염병 대응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보다 위중증 비율이 낮다는 이유로 독감에 비유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독감과 비교해 7배의 치명률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 중대본 기능 축소-방대본 역할 강화… 컨트롤타워 재정립   

    결국 감염병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의 의견과 컨트롤타워 역할이 중요한데 지금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역정책에 있어 김부겸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결정 권한이 지배적이고 정은경 청장이 본부장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의 기능은 결여됐다.

    정은경 청장의 전임자였던 그는 “중대본의 권한을 줄이고 방대본의 역할을 확대해야만 방역 대응이 순조롭게 이뤄진다. 총리는 물론 방역과 별개의 타 부처 장관의 개입이 많아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애초에 질병관리본부에서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함과 동시에 그 역할을 강화하는 것으로 조정됐다면, 이에 합당한 의사결정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선대본에서 코로나19 위기대응위원장직을 수행 중인 그는 차기 정부에서는 전문가 중심의 과학적 방역과 의사결정 구조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정무적 판단이 개입되는 방역 정책이 아니라 면밀한 분석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황에 맞는 결정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컨트롤타워의 기능을 재정립하는 것은 물론 전문가의 의견이 존중돼야 하는 것은 필수조건”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