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수주 감소-미청구공사 증가로 본업 '휘청'공격적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차입금 등 부채 급증회사채 흥행 마저 실패… "내년 상장, 체계적 준비 필요"
  • ▲ 서울 종로구 소재 SK에코플랜트 관훈빌딩. ⓒ뉴데일리경제 DB
    ▲ 서울 종로구 소재 SK에코플랜트 관훈빌딩. ⓒ뉴데일리경제 DB
    SK에코플랜트의 IPO 추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신규 수주감소와 미청구공사 증가,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과정에서 가중되고 있는 재무부담까지 더해지면서다.

    최근에는 HDC현대산업개발의 붕괴사고와 중대재해처벌법 본격 시행, 부동산 경기 침체 시그널 등이 더해지면서 건설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낮아지고 있다. IPO와 동시에 업계 대장주 등극을 노렸던 현대엔지니어링의 IPO 역시 무산된 상황이다.

    최근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 흥행에도 실패하면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22일 SK에코플랜트의 분기보고서 분석결과 지난해 수주잔액(3분기 기준)은 17조원으로 2019년 21조원, 2020년 19조원순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 기본도급액은 60조원에서 65조원으로 증가했으나 완성공사액이 39조원에서 48조원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즉 신규 수주가 기성 반영 속도를 못 따라가면서 전체적인 수주잔고가 줄어든 셈이다.

    반대로 미청구공사 규모는 2018년 5399억원에서 △2019년 7057억원 △2020년 8877억원 △2021년 1조2250억원으로 불어나고 있다. 전년대비 증가 폭은 지난해 37.9%로 4년새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청구공사는 시공사가 공정률을 초과해 공사비를 투입한 경우 발생한다. 시공사가 이미 투입한 금액이지만 발주처가 공사비 초과 사유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미청구공사비로 인식한다. 공정률이 일정 단계에 도달했지만 발주처가 아직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도 일시적으로 반영되기도 한다.

    미청구대금은 추후 정산을 통해 받을 수 있는 공사비이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잠재 리스크'로 지목된다. 앞서 2010년대 중반 대형건설사들이 중동 저가 수주로 인해 잇달아 어닝쇼크를 맞은 요인이기도 하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준공이 임박한 해외 현장이나 국내 토목 프로젝트의 공기 연장 과정에서 추가 원가 발생이 내재하고 있고 플랜트사업 분할에 따라 계열프로젝트를 통한 이익 완충력이 감소할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과정에서 공격적인 투자로 자금 소요도 확대되고 있다.

    3분기 부채규모는 4조8940억원으로 전년 3조3434억원에 비해 46.3% 늘어났다. 같은기간 부채비율은 269%에서 339%로 악화됐다. 직전 5년 평균 부채 규모는 3조4162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73%다.

    차입금 증가는 더 두드러진다. 3분기 차입금 규모는 2조2176억원으로 전년 8230억원에 비해 169% 뛰었다. 직전 3년치(2018~2020년) 합산액 2조36억원보다 더 많다.

    차입금 의존도는 전년 66.2%에서 87.7%p 급증한 154%를 기록했다. 직전 5년 평균치는 57.3%에 불과하다.
  • ▲ 고체산화물 수전해기(SOEC) 실증 설비. ⓒSK에코플랜트
    ▲ 고체산화물 수전해기(SOEC) 실증 설비. ⓒSK에코플랜트
    앞서 SK에코플랜트는 최창원 부회장 체제에서 최태원 회장 체제로 전환하면서 지난해 5월 SK건설에서 사명을 변경하고 '환경·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사업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을 시작했다.

    2020년에는 환경기업인 EMC홀딩스를 1조500억원에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대원그린에너지 ▲새한환경 ▲이메디원 ▲도시환경 ▲디디에스 등 총 9개 폐기물업체를 인수했다.

    또한 해상풍력터빈 하부구조물 제작업체인 삼강엠앤티를 인수하고 미국 연료전지기업 블룸에너지의 지분도 취득했다.

    SK에코플랜트가 M&A에 쓴 자금은 환경부문 1조2390억원, 연료전지 3035억원, 해상풍력 3426억원 등 모두 2조원에 달한다.

    홍세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2020년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환경사업 및 연료전지 등과 관련해 단기간내 투자 규모를 확대했다"며 "이에 비례해 재무부담이 확대된 상황으로 투자사업에서의 향후 사업성과와 현금창출력 등 재무실적 및 재무부담의 완화 추이가 향후 회사의 신용도 판단에 주요 모니터링 대상"이라고 말했다.

    줄어든 수주잔액과 늘어난 미청구공사액 그리고 재무건전성 저하 등으로 최근 수요예측을 진행한 회사채 발행도 흥행에 실패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부동산경기 침체 시그널 등도 건설 회사채 투자심리 위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SK에코플랜트는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1500억원 모집에 1180억원의 자금만 받으면서 모집 물량을 채우지 못했다.

    한편 SK에코플랜트는 IPO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2022년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통해 남기철 IPO 추진 담당을 신규 임원으로 선임했다. 남기철 담당은 이번 임원인사전까지 직무대행 성격의 IPO 추진 담당이었지만 이번에 정식 임원으로 승진한 것이다.

    특히 남 담당은 오랜기간 SK에코플랜트 재무부서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로 IPO에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함께 IPO를 위해 TF팀을 신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TF팀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상장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상장에 속도를 내기 위해 M&A 관련 경력을 보유한 인재 영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삼성증권 IPO 담당 부장급 인력을 영입하기도 했다.

    친환경경영 강화를 위해 주력사업중 하나인 플랜트 분야를 떼어내기도 했다.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친환경부문을 강조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은 플랜트건설 부문을 의도적으로 제외하려는 목적이 강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올해부터 2023년 IPO 이전까지 추가로 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에는 최근 추진중인 프리IPO를 통한 5000억원 조달도 포함돼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까지 3조원을 추가로 투자해 환경기업으로 완전히 전환한다는 것이 SK에코플랜트의 계획"이라며 "ESG경영이 주목받는 최근 흐름을 반영, 친환경기업으로 전환하고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겠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