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미국에 외교 채널로 통보…전략비축유 추가 방출 추진미, 대러 수출통제 조치 내놔…제재 적극 동참국에 규제 면제한국은 제외, 러 수출절차 복잡…독자제재 필요할 수도
  • ▲ 지난 2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구남로에서 열린 러시아의 침략 전쟁을 중단할 것을 호소하는 집회에서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번 집회는 부산 등지에서 거주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유학생 등이 자발적으로 모여 개최했다.ⓒ연합뉴스
    ▲ 지난 2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구남로에서 열린 러시아의 침략 전쟁을 중단할 것을 호소하는 집회에서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번 집회는 부산 등지에서 거주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유학생 등이 자발적으로 모여 개최했다.ⓒ연합뉴스
    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을 차단하고,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 배제에도 동참한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대(對) 러시아 제재 동참 차원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국이 새로운 대러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면제 국가를 정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제외된 것으로 알려져 한국의 대러 제재가 한발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부는 지난 28일 수출통제와 관련한 결정 사항을 미측에 외교 채널로 통보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에 대해 이른바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에서 정한 전략물자 품목의 수출을 사실상 불승인하는 방식으로 전략물자 수출 심사 제도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는 핵물질과 관련한 원자력공급국그룹(NSG), 재래식무기 관련 바세나르체제, 생화학무기 관련 호주그룹(AG), 미사일기술 관련 미사일기술통제체제 등이다.

    미국은 이번에 대러 수출통제를 강화하면서 통제 품목에 대한 이른바 '거부 정책'(policy of denial)을 적용하고, 러시아 군사용과 관련된 49개 기업을 '우려거래자 목록'에 추가해 전략물자 수출을 일괄적으로 막았다.

    미국은 한국에도 유사한 방식의 강력한 수출통제 조치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미국은 독자 통제하는 57개 품목에 역외통제(FDPR·해외직접제품규칙) 규정을 적용했다. 

    그러나 대러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에 대해선 FDPR 면제를 약속했지만 한국은 여기에 제외됐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여기서 빠진 것은 미국이 현재까지 한국이 내놓은 수출통제 조치의 구체성과 효과성 등이 충분치 않다고 본 것이라 해석하고 있다. 

    FDPR이 적용된다는 것은 제3국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도 미국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면 미국 허가를 받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만 러시아로 수출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한국 기업들이 직접적 대상이 될 수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전문무역상사 등과의 긴급 간담회에서 FDPR 적용 예외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여 본부장은 다음 달 3일 관련 협의를 위해 미국을 찾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FDPR 적용 예외를 위해서는 이들 품목에 대해 한국이 스스로 미국과 같은 수준의 수출통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한국이 우선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로는 수출기업들을 계도하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수출 제한을 거는 방안이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수출통제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강력한 의사 표시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고시 등의 형태로 한국의 독자적 수출통제 품목 리스트를 만들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던 대러 독자제재를 도입하는 셈으로, 러시아와의 관계에 영향을 주는 정치적·외교적 함의가 있는 만큼 쉽지는 않은 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서방 상당수 국가가 미국의 예외 대상이 된 상황에서 한국이 뒤늦게 방침을 바꿔 독자제재에 나설 경우 제재 의지는 크게 부각되지 못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도 챙기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외국의 도움으로 전쟁의 참상에서 벗어난 역사적 배경이 있고 미국의 주요 동맹이면서 세계 10위권인 한국의 경제력을 고려하면 설령 다소 늦더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제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정부는 아울러 러시아에 대한 스위프트 배제에도 동참하고 구체 방안에 대해서는 관계부처 간 협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미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은행들을 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SWIFT는 금융 거래를 위한 글로벌 전산망 시스템으로 200여 개 국가의 1만1천 개 은행을 연결해 빠른 국경 간 결제를 가능하게 한다. SWIFT에서 배제된 금융기관은 국제 결제가 매우 힘들어지게 된다.

    SWIFT 배제에 동참한다는 것은 곧 수출통제에 더해 금융제재에도 한국이 참여한다는 뜻이 된다.

    또 정부는 국제 에너지 시장의 안정화를 위한 전략 비축유 추가 방출을 추진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유럽 재판매 등 여타 방안에 대해서도 추가 검토해 가기로 했다.

    미국은 유럽이 러시아에 의존해온 LNG 수급난 완화를 위해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 LNG 물량을 융통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동절기 에너지 수요가 커져 국내 수급 사정을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로 일단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추가 검토 가능성은 열어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