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간호사 처우개선 반대? 명백한 오해각 직역 이익 추구로 쏠리면 환자 피해도 커져 근로환경 개선·수가 인상 등 해결가능한 영역부터 개편
  • ▲ 17일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이 국회 앞에서 간독단독법 제정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 17일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이 국회 앞에서 간독단독법 제정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간호단독법 제정에 반대하는 10개 단체들의 국회 앞 1인 시위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7일에는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이 바통을 이어받아 간호단독법의 문제점과 우려사항을 밝혔다.

    박 대변인은 “환자를 살리고 치료하는 일은 의료계 내 특정 직역이 아닌 모든 직역의 협업과 조화를 통해 가능하다. 의료진이 각자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쪽으로 흐르게 되면 결국 환자의 피해만 커진다”고 강조하면서 간호단독법안의 부당성을 호소했다.

    ◆ 1인시위에 나서게 된 이유는?
    의사들이 간호사의 처우개선에 반대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명백한 오해다. 간호사 처우개선은 당연히 필요하다. 불규칙한 교대 생활로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일상이 너무나 흔하다. 간호사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어야 환자 건강 또한 지킬 수 있다.

    하지만 간호단독법이 간호사 처우개선의 답이 될 수는 없다. 간호사 처우개선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것의 수단이 될 근로환경 개선, 수가 인상 등 다른 방안들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는 의료계의 큰 숙제라 생각한다. 그런데 다른 직역과의 소통 없이 단독으로 법을 제정한다는 것이 불합리하고 부당하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 간호단독법의 어느 부분이 가장 문제인가?
    간호단독법이 제정되면 면허제도를 근간으로 한 현행 보건의료체계가 붕괴될 우려가 있다. 이 법안에서는 간호사의 업무를 ‘진료의 보조’가 아닌,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했다. 즉, 간호사 단독으로 진료할 수 있게 여지를 둔 것이다.

    간호단독법이 제정되면 무엇보다 환자의 피해가 커지고 진료에 대한 만족도도 떨어질 것이다. 의료행위는 협력이 필수인데 간호사 위주의 단독진료가 되면 기존의 ‘원팀’ 방식에 금이 가게 되고,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 현재는 의사가 간호조무사에게도 진료보조를 부탁할 수 있으나, 간호단독법이 제정된 이후라면 간호사가 없을 경우 응급상황에서도 재빠르게 대처할 수 없게 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우수한 의료서비스는 특정 직역의 힘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다양한 직역 간 협력으로 제공된다는 것을 모두가 기억해야 한다.

    ◆ 간호법 폐기한 사례가 있다고 하던데?
    간호협회에서 전 세계 대다수 국가가 간호법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OECD 38개국 중 간호사 단독법을 보유한 국가는 11개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호주와 덴마크의 경우 과거 간호사 단독법이 존재했으나, 보건전문직업법이 제정됨에 따라 폐지됐다. 산개된 보건의료인력에 관한 사항을 하나의 법에 통합 규정함으로써, 법 적용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보건의료인력 간 체계적인 협업을 권장하기 위한 조치인 것이다. 결국 의료는 ‘협업’이 핵심이라는 것을 이러한 나라들의 조치에서 재확인할 수 있다.

    ◆ 코로나19로 고생하는 동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장기화 된 코로나19 사태로 의료 현장에서 의사와 더불어 가장 중노동에 시달린 간호사들은 전우와도 같은 관계다. 이런 끈끈한 전우애를 갈라치기하는 간호법은 철회되어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의사들은 간호사 처우개선에 반대하지 않는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일수록 우리나라 보건의료를 지탱하고 있는 각 보건의료직역이 힘을 모아야 하며, 그렇게 할 때 의사와 간호사 등 실질적 처우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