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웨어러블 로봇 체험기고령 작업자 어깨 부담 크게 줄어비싼 가격, 아직은 불편한 착용감 아쉬워
  • ▲ 현대차·기아, 엑스블 숄더 제품 및 사업화 계획 최초 공개ⓒ현대차
    ▲ 현대차·기아, 엑스블 숄더 제품 및 사업화 계획 최초 공개ⓒ현대차
    현대자동차의 웨어러블 로봇 '엑서블 숄더(X-able)'를 착용하니 1.5kg 아령이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아령을 어깨위로 들어올리니 마치 헬스 트레이너가 양팔을 보조해주는 것 같았다. 

    박성우 현대차 로봇플랫폼팀 책임연구원은 "작업자들의 공구가 보통 1.5kg"이라며 "차 하부를 밑에서 위로 바라보며 일하는 작업자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로보틱스랩은 2022년부터 엑서블 숄더 시제품을 현대차·기아 국내외 생산 공장에 시범 적용했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시제품을 착용해본 300여명의 작업자 절반 정도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필요할 때 입겠다"는 피드백을 내놨다.
  • ▲ 현대차 웨어러블 로봇 '엑서블'ⓒ김병욱 기자
    ▲ 현대차 웨어러블 로봇 '엑서블'ⓒ김병욱 기자
    엑서블 숄더는 무한한 잠재력을 의미하는 'X'와 무엇이든 현실화할 수 있다는 의미인 'able'을 합쳐 만든 이름이다. 

    현대차는 지난 27일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엑서블 숄더를 최초 공개하는 '워어러블 로봇 테크데이'를 개최했다. 

    엑서블 숄더를 10여분 동안 착용해본 결과 다소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었다. 생수 1.5L 무게에 불과한 공구를 더 편하게 들기 위해 거추장스러운 웨어러블 로봇을 과연 입어야할까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한국의 근로자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중이라는 점에서 엑서블 숄더가 어쩌면 필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른인 기자가 느끼는 공구의 무게와 중년의 근로자가 하루 수시간 공구를 들며 느끼는 무게는 차이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한국은 내년 상반기 65세 인구가 전체의 20%넘어서며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24년 제조업 분야 근로자 평균연령은 43세로 지난 10년간 약 3.8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고령화로 인해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자수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근골격계 질환 진료 수진자수는 1761만명에 달하며 진료비로 환산하면 7조4599억원에 달한다. 

    현대차는 "엑스블 숄더 사용자는 어깨 관절 부하와 전∙측방 삼각근 활성도를 최대 60%와 30%를 각각 경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엑서블 숄더는 단순 웨어로블 로봇이 아닌 근로자 고령화에 대한 솔루션으로 보였다. 현대차는 엑서블 숄더를 건설, 조선, 항공, 농업 등 다양한 B2B 산업에서 판매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기아 생산 부문에 엑스블 숄더를 우선 공급하고, 2025년부터 현대차그룹 27개 개열사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타 기업까지 판매처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 ▲ 현동진 로보틱스랩 상무가 웨어러블 로봇 '엑서블'을 설명하고 있다ⓒ김병욱 기자
    ▲ 현동진 로보틱스랩 상무가 웨어러블 로봇 '엑서블'을 설명하고 있다ⓒ김병욱 기자
    문제는 가격이다. 제품 시연 후 진행된 Q&A에서 현동진 상무를 비롯한 개발진들은 가격에 대해 말을 아꼈다. B2B로 대량 판매를 노리는 것을 고려할 때 개인 근로자가 구매하긴 부담스러운 가격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등 경쟁 업체들의 '카피'도 변수다. 엑서블 숄더는 거친 작업환경을 고려해 최대한 단순하게 제작됐다. 가볍고, 배터리 없이 작동하고, 던져도 밟아도 망가지지 않도록 설계됐다. 단순한 구조 때문에 쉽게 모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현동진 로보틱스랩 상무는 모방 리스크에 대해 IP 보호가 적용되지 않는 곳도 분명 있지만 카피해서 파는 업체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