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증권사 기피 분위기 팽배…실력자 모시기 난항보수적 이미지 여전해…핀테크 기업과 복지 차이 뚜렷“IT 부문 외주 맡기던 관행 남아…관련 비용 지출 인색”“실력 있는 개발자가 곧 디지털 경쟁력…적극 투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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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들이 정보기술(IT) 분야 개발자 인력 충원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우수한 인재를 뽑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몸값이 높은 경력 개발자일수록 증권사의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기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비대면 강화로 디지털·IT부문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들은 주식 직접투자 열풍 속 증권사 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국내외 소수점 주식 거래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식의 투자 문화가 확산하면서 디지털 관련 기술직 인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실제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현대차증권, 유안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대다수 증권사는 지난해부터 신입 및 경력 IT 개발자를 대거 채용에 나서고 있다.증권사 IT·소프트웨어 직군의 업무는 MTS 개발·운용,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빅테이터, 클라우드 개발·분석, 마이데이터 등 다양하다. 증권사는 이와 더불어 증권·금융 지식까지 골고루 갖춘 개발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증권사들은 연봉, 성과금 등 파격적인 혜택으로 실력 있는 IT 인력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고급 인력 확보에는 다소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IT업계 개발자 사이에서 증권업계 진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이는 개발자들과 증권사 간 시각차가 큰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개발자들은 카카오·네이버 등 빅테크 수준의 연봉과 복지를 희망하지만, 증권사 입장에선 그만한 인건비를 감당하는 것이 큰 부담이라는 설명이다.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토스,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들은 개발 직군에 본인들의 미래를 걸었기 때문에 연봉뿐 아니라 스톡옵션, 복지혜택 등 다양한 혜택을 개발자에 제공한다”라며 “반면 증권사는 개발자 영입에 그만한 비용을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그는 “통상 핀테크 기업들은 IT 관련 시스템과 인건비를 미래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증권사와 같은 전통 금융사들은 비용이라고 생각하는 버릇이 남아있다”라며 “실제로 증권사들은 관행상 IT 부문을 외주에 맡기는 등 그동안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이어 “개발자 영입을 비용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IT 부문의 발전은 힘들다”라며 “제대로 된 투자 없이 최근 부상하고 있는 토스증권이나 카카오페이증권 등 핀테크 기반의 증권사들의 기술력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위계질서, 상명하복 등 증권사가 가진 특유의 조직문화에 대한 편견 또한 개발자들이 증권사를 기피하는 걸림돌 중 하나로 꼽힌다.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실력 있는 개발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뛰어난 개발자들은 자유로운 분위기에 핀테크 회사에 가려고 하지, 딱딱한 분위기인 증권사에 오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그는 “회사에서 여전히 정장을 입어야 하고 각종 규제를 받아야 하는 무겁고 경직된 증권사 이미지가 자유로운 분위기를 선호하는 개발자 사이에서 안 좋게 굳어진 것 같다”라며 “철저한 능력주의와 이에 따른 성과보상 문화 또한 기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