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 2명뿐인 KB증권 ‘스타 PB’ 선발된 베테랑 PB고객 맞춤형 PB 되기 위해 노력…“다방면서 뛰어나고 싶어”“전국 수많은 PB 가운데 살아남을 수 있는 차별화 전략 고민”“분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솔루션까지 제공할 수 있어야”
  • ▲ 김창호 KB증권 도곡스타PB센터 부장 ⓒ강민석 기자
    ▲ 김창호 KB증권 도곡스타PB센터 부장 ⓒ강민석 기자
    김창호 KB증권 도곡스타PB센터 프라이빗뱅커(PB)는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보다는 모든 분야에 충실한 제너럴리스트를 꿈꾼다. 센터의 부지점장을 겸임하고 있는 그는 지난 2007년 미래에셋증권 PB로 입사해 2017년 KB증권으로 이직한 16년 차 베테랑 PB다. 

    KB증권은 지난 2017년부터 ‘마스터 PB’, ‘스타 PB’와 같은 일종의 영업 계층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직원들의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리더그룹을 양성하고 직원들의 롤모델을 제시하는 일종의 우수 PB 선발 제도인 셈이다. 

    마스터 PB는 고객 관리자산이 500억원 이상이고 연수익은 5억원 이상인 PB들을 대상으로 선발한다. 스타 PB는 기준이 더욱 까다롭다. 고객 관리자산이 1000억원을 넘고 이를 통해 벌어들이는 연수익이 10억원 이상인 PB들만 대상이 된다. 

    이뿐만 아니라 고객이 보유한 금융자산과 주식의 비율, 금융자산 수익률과 주식 수익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최고의 PB를 선발하는 기준인 만큼 그에 걸맞은 특정 자격증도 취득해야 한다. 

    마스터·스타 PB의 유효기간은 1년이다. 지난해 성과를 기준으로 선정하기 때문이다. 특히 스타 PB는 매년 선정되는 인원이 5여명 안팎일만큼 기준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의 경우 전국에서 단 2명만이 KB증권 스타 PB로 선정됐는데, 김창호 PB는 이 가운데 한명이다. 

    ◆ 2008년 금융위기 당시 PB 시작…“돌이켜 보면 행운”

    김 PB가 일을 시작한 2007년은 증권사라 하면 주식만 사고파는 곳이라는 선입견이 팽배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주변에 증권사에 입사한다고 밝히면 근속연수도 짧고, 위험도에 노출되는 직업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금융권, 특히 증권사 입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앞서 증권사에 입사한 학교 선배들을 보고 스스로 주식시장에 대해 공부하면서 증권맨의 꿈을 가졌다. 케이스 스터디와 모의투자 등을 병행하며 주식투자에 대한 재미를 붙였다. 

    김 PB는 “모든 자산관리에 근원은 주식시장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며 “은행보다는 증권사에서 실질적인 자산관리를 할 수 있는 툴이 더 다이나믹하게 돌아가는 것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입사 이후 1년간 기본적인 교육을 받은 후 2008년 현업에 본격적으로 투입한 김 PB는 곧바로 금융위기를 맞는다. 당시 그의 주 업무는 신규 내점고객이나 전화를 응대하는 일이었는데, 매일같이 과격한 항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신입사원인 그에게 2008년 금융위기는 증권업에 대한 무서움과 역동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경험이었다. 

    김 PB는 2008년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손님을 상대하고 고객을 유치하는 일을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당시 PB 일을 시작한 것이 오히려 운이 좋았다고 한다. 그때 투자를 시작한 고객들은 어떤 상품에 투자해도 수익을 볼 확률이 높은 시기였기 때문이다. 

    김 PB는 “2008년 당시 만났던 고객들이 저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서 지금까지도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다”라며 “지나서 생각해보면 그 당시 일을 시작한 것이 행운이었나 싶다”라고 말했다. 

    지금껏 꾸준히 고객의 신임을 쌓은 그는 현재 1200억원가량의 고객 자산을 관리한다. 이 가운데 개인고객 자산 비율은 80% 이상, 개인고객 수는 200명에 달한다. 

    김 PB는 경청과 공감에 기반한 고객 응대를 추구한다. 응대가 끝난 이후에는 고객의 입장에서 본인을 봤을 때 어떻게 생각할지 스스로 고민하고 피드백을 한다. 기술적인 부분이라기보다는 심리적인 관점에서 손님에 접근한다는 설명이다. 

    김 PB는 “고객들은 저 말고도 여러 명의 자산 관리자로부터 비슷한 의견을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그 수많은 PB 가운데 제가 어떤 차별성을 가질 수 있을지 늘 고민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항상 저만의 해석과 결론을 담은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으로 상담을 마무리한다”라며 “시황을 전달할 때도 뻔한 정보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시황과 연관성 있는 개별 종목이나 상품을 추천하며 끝낸다”라고 설명했다. 

    김 PB는 위험한 투자를 선호하지 않는다. 주로 상장지수펀드(ETF)에 주력하고, 인버스나 레버리지 상품은 잘 권하지 않는다. 

    김 PB는 “인버스·레버리지 상품으로 가끔 큰 수익을 볼 수는 있겠지만, 그에 상응하는 위험부담도 상존하기 때문에 정석은 아니라고 본다”라며 “시장의 장기적인 상승을 바라면서 임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국내에선 반도체·의류 등이, 해외에선 금리상승에 대한 우려 때문에 빅테크를 포함한 성장주들이 많이 조정을 받았다”라며 “현재 미국 리오프닝 관련 ETF나 반도체 ETF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미국 빅테크가 모여 있는 ETF를 분할매수 하는 것에도 집중한다”라고 덧붙였다.
  • ▲ 김창호 KB증권 도곡스타PB센터 부장 ⓒ강민석 기자
    ▲ 김창호 KB증권 도곡스타PB센터 부장 ⓒ강민석 기자
    ◆ 고객 친밀도 쌓기 위해 사력…“다방면서 해결 가능한 PB 될 것”

    김 PB는 고객과의 접점을 강화하고 친밀도를 쌓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아끼지 않는다. 과거 한 고객과 함께 골프 라운딩을 나갔다 민망한 실력을 드러낸 경험을 겪은 뒤, 그 이후 손이 까지도록 사력을 다해 골프를 연습했다고 한다. 그는 아직도 출근하기 전 오전 6시부터 1시간가량의 골프 연습을 빼놓지 않는다. 

    김 PB는 “고객이 와인을 좋아하면 와인에 관해 공부하고, 인문학을 좋아하면 인문학에 관한 책을 읽어본다”라며 “골프나 식사를 하는 과정을 통해 고객의 성향을 파악하고, 고객이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 경청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무실에서 고객과 상담할 때보다 편한 공간에서 고객이 좋아하는 취미를 함께 공유하며 대화를 나눌 때 일이 더 잘 풀릴 때가 있다”라며 “실제로 그러한 과정을 통해 거래가 연결되는 케이스가 많았다”라고 덧붙였다. 

    고객의 포트폴리오를 짤 때도 일방적인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고객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방식을 추구한다. 

    김 PB는 “PB가 고객이 원하는 대로 포트폴리오를 짠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색깔이 없는 것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해외주식이면 해외주식, 국내주식이면 국내주식 등 한 분야에서만 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다방면을 잘 알아야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정 분야에 맞춰서 결론을 내리는 것보다는 고객의 니즈, 자금의 성격 등을 파악해 솔루션을 제공할 때 고객의 만족도가 높다”라며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것보다는 다방면에서 문의가 들어와도 해결을 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2017년 KB증권에 이직했을 당시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10년간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출발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다. 주변의 만류도 심했고, 스스로도 이 길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김 PB는 “이직한 후에도 많은 핵심 고객들이 저와 함께 해주실 것으로 생각했는데, 생각만큼 그러지 못했다”라며 “10년 만에 처음 보는 사람들과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그러나 “KB증권이 가진 ‘KB’라는 큰 타이틀에 주목했고, KB에서는 여러 계열사가 시너지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 큰 매력을 느꼈다”라며 “더 늦기 전에 변화를 줘야겠다는 도전을 한 결과 현재는 고객의 자산이 안정적으로 늘어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 PB는 단순한 PB와 고객의 관계를 뛰어넘는 것이 꿈이다. 그는 “고객이 투자와 관련해서가 아니라 편하게 전화해주실 때 기분이 가장 좋다”라며 “모든 고객에게 그런 존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