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근로자 반발 우려 면세자 축소 문제 회피 2017년 야당서 '근로소득 최저세액' 법안 발의 월 5만원 최저한세 부과 시 면세자 비중 30%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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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것은 조세정의를 논할 때 기본적으로 나오는 말이다. 부자든, 가난하든 소득이 있다면 자신의 능력에 맞게 세금을 납부하고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지만, 우리나라 근로소득자 10명 중 4명은 세금을 전혀 내지 않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근로소득자는 매년 연말정산을 통해 냈던 세금을 돌려받는데, 이 과정에서 공제받을 것이 많은 근로자의 경우 냈던 세금을 전부 돌려받아 결정세액이 '0'이 되면서 세금을 한 푼도 납부하지 않는 것이다. 

    국가 전체로 봤을 때 이들에게 거둘 수 있는 세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조세형평성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정부의 해묵은 '숙제'이기도 하다. 

    ◇박근혜·문재인 정부도 못한 면세자 축소, 왜?
  • ▲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4년과 2015년 연말정산 대란이 일어나면서 면세자 비중이 높아졌다. ⓒ연합뉴스
    ▲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4년과 2015년 연말정산 대란이 일어나면서 면세자 비중이 높아졌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근로소득세 면세자 수는 2012년 516만명으로 전체 근로소득자의 32.7%였다. 

    이후 박근혜 정부 시절 연말정산 파동을 겪으며 세액공제 혜택을 늘려주는 방식으로 민심을 달래면서 2014년 면세자 수는 802만명(48.1%)에서 2015년 810만(46.8%)로 급증하다가 2019년 706만명(36.8%)로 다소 감소했다. 

    매년 직장인 10명 중 4~5명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것이다. 2015년 면세자 비중이 크게 증가하자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지난 2016년 1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였던 유일호 전 부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 면세자 비중 축소와 관련해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원칙을 구현해야 하는데 동의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후 면세자 축소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2017년 5월 대선을 앞두고 정부와 국회에서는 표 떨어진다며 면세자 축소 문제를 입밖으로도 꺼내지 않았다.  

    '공정경제'를 표방하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도 박근혜 정부와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면세자 축소 문제는 그대로 놔둔 채 부자증세를 하겠다며 소득세 최고세율을 42%에서 45%로, 법인세 최고세율도 22%에서 25%로 인상했고, 이는 조세형평성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다. 국민개세주의(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도 정부 스스로 무너뜨린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이를 의식한 듯 기재부는 지난 2018년 국회에 근로소득 면세자 축소방안 검토보고서를 제출, 그 대안으로 근로소득공제 축소, 표준세액공제 축소, 세액공제 종합한도 설정, 근로소득 최저한세 도입 등을 제안하면서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하지만 근로소득자의 세 부담이 늘어나 반발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뒤로 물러났고 지난 2020년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면세자 비율을 낮추려면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을 늘려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결국 공은 윤석열 정부로 넘어간 셈이다. 

    ◇새정부도 '부담'…"불편하지만 누군가는 해야한다"
  •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이번 대선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과 추경이 논란이 되면서 면세자 비중 축소 문제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오히려 감세 경쟁에 불이 붙은 모양새였다. 

    오는 6월 지방선거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취임 초기부터 면세자 비중 축소 문제를 들고 나오기는 어렵다. 

    하지만 공약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 대신 지출 구조조정과 각종 비과세 감면 등을 정비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감안하면, 면세자 비중 축소 문제는 불편하지만 반드시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다. 

    수 많은 면세자들은 가만 놔둔 채 비과세 감면을 정비하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전병욱 서울시립대 교수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소득세 과세체계 개편방안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소득자에게 월 5만원(연 60만원)의 근로소득 최저세액을 부과하면 면세자 비율은 30.8%로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근로자의 반발을 우려해 지난 2017년 이종구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대로 연 2000만원 근로소득자에게 매월 1만원씩 연간 12만원의 근로소득 최저세액을 부과할 경우 면세자 비중은 35.3%로 낮아진다. 면세자 비중이 유의미하게 감소하지는 않지만 조세형평성 제고 차원에서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의견이다. 

    전 교수는 "면세자 비중 축소에 대한 반발은 있을 수가 있지만 국민개세주의 원칙에 따른 조세정의 차원의 문제, 즉 정책 판단의 문제"라며 "새정부를 비롯해 어느 정부나 면세자 비중 축소 문제가 부담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근로소득 최저한세는 면세자가 없도록 최소한이라도 세금을 부담하도록 하자는 단순하면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