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캠페인 차원 26일 이벤트…문화재청, "충돌 우려" 불허통보한일관계 해빙무드 부담 해석…"독도는 우리땅" 문화재청 오버 지적도LX 노이즈 마케팅 의혹 제기도…딴곳 홍보효과 떨어지자 강행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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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한국국토정보공사(옛 대한지적공사·LX)가 독도를 배경으로 드론쇼를 하려다 무산됐다. 드론과 괭이갈매기가 충돌할 수 있다는 이유로 문화재청이 비행·촬영 관련 허가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동물보호 차원에서 문화재청의 제동은 일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불허 이면에 좀 더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기한다. 예민한 시기에 독도가 갖는 상징성이 휘발성 강한 논쟁거리가 될 수 있어서다. 애초에 LX가 노이즈마케팅을 염두에 뒀던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LX는 오는 26일 독도 근처 해상에서 드론 300대를 띄워 다양한 볼거리를 연출하는 드론 라이팅쇼(불빛쇼)를 준비해왔다. 화려한 불빛의 장관을 연출하려고 기상청에 문의해 일부러 어스름한 오후 8시로 쇼타임을 잡았다. 1억2500만원을 들여 드론 불꽃쇼 특허를 갖고 있는 드론업체와 용역계약도 맺었다.그러나 이런 사전 준비는 흔한 괭이갈매기 때문에 수포로 돌아갔다. LX 관계자는 "11일 (문화재청으로부터) 천연기념물 보호구역인 독도가 산란철(4~6월)을 맞아 예민한 천연기념물 제336호 괭이갈매기의 주요 서식처로, 드론과의 충돌 위험이 있어 관련 행사를 불허한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면서 "(LX도) 10~11일 사전답사 결과 충돌 위험이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이벤트 취소 사유를 설명했다. 이어 "문화재청은 오는 7월중으로 행사 연기를 제안했지만, 장마와 기상이변 등으로 말미암아 일정을 확정할 수 없는 상태여서 행사를 취소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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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각에선 문화재청의 불허 배경 이면에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정세가 급변하고 있어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동맹국과 우호협력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얼어붙었던 한일 외교관계를 다시 정상화하려는 대화의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정책협의대표단을 일본에 파견했다. 한일 정책협의대표단 파견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였다. 일본도 지난 10일 윤 대통령 취임식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특사로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을 보내 친서를 전달했다. 취임 외교에 나선 윤 대통령은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일본 의원단을 접견하고 2020년 3월부터 중단된 김포~하네다 항공편 운항 재개를 논의하는 등 양국관계 개선에 나섰다.이런 해빙무드에 민간·개인도 아닌 국토부 산하 그것도 국토정보를 다루는 공공기관이 독도를 배경 삼아 이벤트를 펼치는 게 부담을 줄수 있다는 지적이다. LX도 행사를 기획하며 이 부분을 고민했다고 한다. LX 관계자는 "드론 불빛쇼 내용중 드론으로 영문 'Dokdo of Korea'(한국의 독도)를 보여주거나 호랑이 형상의 한반도 지도를 표현하는 아이디어를 논의했었다"며 "민감할 수 있는 문제여서 촬영한 영상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풀어 연성화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문화재청이 성의없이 딴죽을 건다는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LX는 문화재청의 불허 방침을 설명하며 괭이갈매기를 천연기념물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괭이갈매기는 국내에 서식하는 갈매기중 가장 흔한 조류의 한 종이다. 천연기념물 제336호는 갈매기가 아니라 사실상 독도를 지칭한다. 괭이갈매기가 천연기념물이어서 드론과 충돌하는 불상사를 막아야 한다는 설명은 명백한 오류인 셈이다.또한 문화재청은 괭이갈매기뿐 아니라 LX가 촬영하는 영상물에 독도의 일부만 나오게 해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LX의 기획의도가 '동도'와 '서도' 사이에 드론을 띄워 독도가 우리 땅임을 알리는 것인데 화면에 서도가 아예 나오지 않게 해달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 수밖에 없다. LX 관계자는 "유튜브에서 독도 관련 자료만 검색해봐도 동도, 서도가 함께 등장하는 영상물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며 "화면에 동도만 나온다면 아마 외국인들은 그 섬이 독도인 줄 모를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한국항공대학교는 대학 연구팀이 자체 개발한 태양광 무인항공기가 개교 70주년을 맞아 독도 일주비행에 성공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해당 사진 중에는 태양광 무인항공기로 촬영한 독도 모습도 있다. 동도와 서도가 함께 담겼다.
일각에선 문화재청이 도가 지나친다는 의견도 있다. 엄연히 독도는 우리 땅인데 너무 예민하게 군다는 반응이다. -
반면 LX가 사려 깊지 못했다는 견해도 없잖다. 의도적으로 노이즈마케팅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는다. 이에 대해 LX 관계자는 "애초 기획의도는 드론쇼가 아니었다. 국토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을 생각했는데 장소를 찾다가 독도에서 드론으로 지적측량을 했던 게 떠올랐다"면서 "독도관련 이벤트 경험이 많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에게 자문하니 그동안 드론쇼는 없었다고 해 추진하게 됐다"고 부연했다.다만 이 관계자는 우리 영토의 끝단을 상징하는 섬으로 독도 말고도 '서해의 독도'라 불리는 격렬비열도나 우리나라 최서단인 백령도 등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 "그런데서 (이벤트를) 하면 홍보 효과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은연중에 독도가 갖는 논란의 휘발성과 이슈몰이 효과를 계산했다는 얘기다.또한 LX는 문화재청 외 경북경찰청, 군부대 등 10여개 기관과 협의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는 행사 내용이 공개되지 않게 신경을 썼던 것으로 전해졌다. 잡음이 불거지면 행사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했었다는 방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