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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방지특별법을 손봐야 한다"
연간 보험사기 적발액이 1조원에 육박하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와 금융당국, 사정기관,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이다.
14일 보험협회가 주최한 '보험사기근절을 위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 방향 토론회' 에서는 처벌강화, 유관기관 공조, 환수권과 소멸시효 개정, 합동대책반 신설 등 각종 제안이 쏟아졌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험금 반환청구권 소멸시효를 5년으로 본 대법원 판결에 맞춰 환수권 도입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공소시효 10년 내에 유죄판결을 받더라도 소멸시효 5년 도과로 환수가 불가능해지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적 이익을 보다 확실히 박탈하기 위해선 보험금 환수권을 명문으로 도입하고, 별도 시효기간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보험사기 유죄판결 확정시로부터 3년 적용 등 정확한 소멸시효 규정을 둬야한다는 것이다.
사무장병원 등에 보험금이 지급된 경우와 가중처벌 양형기준 변경을 통한 처벌 강화도 강조했다.
황 위원은 "사무장병원 등 불법 개설 의료기관에 보험금이 지급된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할 수 있지만, 민영보험회사가 보험금을 환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며 "선결조치로 의료기관 개설의 적법성을 보험금 지급 및 진료사실 증명의 전제 조건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보험사기는 대부분 벌금형이고, 징역형이 선고되더라도 3년 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특히 보험업, 의료기관, 정비업 종사자의 경우 보험사기 가담을 유도하는 측면이 있어 강화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외 ▲금융당국이 보험사기 행위의 효율적 조사를 위해 행정기관·보험사 등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자료제공 요청권 도입' ▲보험사기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한 '입원 적정성 심사 기준' 마련 ▲경찰청 산하에 '보험범죄 정부합동대책반' 신설 등도 제안했다.
이후 열린 토론회에서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의견에 힘을 실었다.
이동엽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각 기관들에 보험사기 자료를 요청할 경우, 관련 근거법이 없어 조사에 제약이 있었다. 꼭 개정이 이뤄졌으면 한다"며 "아울러 정부합동대책반 구성 관련, 경찰청 전담 조직으로 운영, 상시 형태를 띄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 차원에서 보험사기 개선TF를 운영할 예정이며, 국회에서 특별법 개정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인호 생명보험협회 상무는 "사회적 경각심 제고를 위한 배수형(약 2~3배) 벌금 제도 등 실질적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며 "아울러 보험금 환수를 위해 유죄 확정시 기산하는 별도의 소멸시효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했다.
안성준 손해보험협회 부장은 "공ㆍ민영보험자료를 통합 분석해 능동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범정부기구가 도입된다면 실효성 있는 보험사기 적발이 이뤄지리라 생각한다"며 "아울러 보험사기로 확정된 병의원이나 정비업체, 보험대리점과 같은 문제 업체 명단을 공표할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기 적발액은 ▲2017년 7302억원 ▲2018년 7982억원 ▲2019년 8809억원 ▲2020년 8986억원 ▲2021년 9434억원으로 해마다 늘고 있으며 지난 2016년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오히려 32% 이상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