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형마트 농산물 낱개 판매에… 소비자 반응은?

농산물 무포장·낱개 판매 시행 첫 날, 서울 시내 대형마트는 조용했다. 소비자 안내가 부족하고 매대 구성이 다르다보니 정부와 기업 의도와는 달리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해당 지침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일부터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주요 대형마트들과 협력해 ‘농산물 무포장·낱개 판매’의 전국적 시행에 나섰다.

농산물을 구매하게 함으로써 장바구니 물가 부담 완화에 기여하고, 농가 경영 부담 경감은 물론 유통·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포장재 폐기물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정부는 올해 2월 전국 17개 시·도별 대형마트 96곳에서 양파 173톤을 낱개로 판매한 바 있다. 이를 통해 1.5㎏ 들이 양파망 11만여개를 절약하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연간으로 계산한다면 약 1억8000만개에 달한다.

이번 판매는 양파뿐만 아니라 당근·감자·파프리카 등 채소류부터 과일까지 대부분의 농산물이 포함됐다.

실제로 시행 첫 날인 20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는 기존 포장 제품 외 무포장 낱개 제품들도 구비돼있었다. 다만 소비자들은 관련 내용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기존 포장 제품이 진열된 매대 옆에 무포장 제품들이 놓여있기는 했지만, 할당된 공간 자체가 크지 않았고 안내문 등이 비치돼있지 않아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못했다.

서울역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50대 A씨는 무포장 낱개판매 시행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A씨는 “우리는 5인 가족이라 묶음을 사도 남지 않아 낱개로는 사지 않을 것 같다”면서 “사더라도 가격이 더 저렴하거나 하지 않는다면 굳이 불편을 감수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다른 대형마트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낱개 판매가 이뤄지고는 있었지만 전 품목 대상은 아니었고, 매대 아래 플라스틱 박스에 쌓여있다 보니 판매상품이 아닌 것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친환경 확대를 위해 정부 주도하에 시행하고 있다는 내용도 찾아볼 수 없었다.

농사물 코너에서 만난 B씨는 낱개 판매 상품을 가리키며 “매대 아래 박스에 있다 보니 판매 상품이 아닌 줄 알았다”면서 “포장하기 위해 직원들이 미리 가져다 놓은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인근 다른 대형마트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은 그나마 같은 매대에 포장·무포장 농산물을 함께 진열했지만, 이유에 대한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소비자들 역시 자연스럽게 포장 제품으로 손이 갔다. 가격 역시 포장 제품과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낱개 판매 농산물이 더 비쌌다.

농산물 전 품목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도 아쉬웠다. 가격이나 포장 편의성 등이 기존 제품 대비 나은 점이 없는 만큼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선택해야 하는’ 명분이 부족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시행 첫 날인 만큼 상황을 보고 있다”면서 “품목과 소비자 편의를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부분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