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용융자 잔고 18조원대…1년 6개월 만에 최저치투자자 반대매매 속출 영향…"신용융자 더 감소해야" "주가 하락, 반대매매 직접적 인과관계 아니야"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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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 들어 국내 증시가 폭락한 가운데 개인투자자의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를 의미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연중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빚을 내 주식을 사고 이를 갚지 못해 강제 처분되는 반대매매가 급증한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증시가 글로벌 증시 대비 유독 부진한 이유가 상대적으로 높은 빚투 규모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증시 고점 부근에서 유입된 대규모 신용융자 자금이 증시를 압박하고 있는 원인으로 꼽힌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반대매매 그 자체가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개인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의 잔고는 전 거래일보다 3242억원 감소한 18조891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신용융자 잔고는 11거래일 연속 감소했다. 이는 연중 최저치이자 지난 2020년 12월 11일(18조8487억원) 이후 1년 6개월 만에 기록한 18조원대 규모다. 

    올해 초만 해도 신용융자 잔고는 23조3000억원을 웃돌았다. 6개월 사이 4조5000억원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이달 2일(21조5313억원) 대비 2조6000억원 넘게 감소하는 등 규모가 급격히 줄고 있다. 

    신용융자 잔고가 줄어드는 이유는 신용거래로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이 주식을 강제로 청산당하는 반대매매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최근 주가 급락으로 개인의 반대매매가 쏟아지면서 신용잔고 또한 축소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금액은 최근 들어 가파르게 증가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 들어 지난 23일까지 반대매매 처리된 주식은 하루 평균 210억원으로 5월 평균(165억원)보다 27% 늘었다. 지난 15일(316억원)에는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수 하락으로 주식 평가액이 일부 담보 비율 이하(통상 140% 미만)로 내려가면 투자자는 3거래일 내 증거금을 채워야 한다. 이를 못 하면 증권사는 2거래일 뒤 주식을 강제로 팔아 치워 청산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증시가 하락 구간에서 글로벌 증시 대비 특별히 부진한 이유가 반대매매 매물 압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대매매 수량과 호가는 시장가를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증시 전반 매물 압력을 높인다”라며 “추가 하락이 발생할 때 증시의 체력보다 더 큰 하락 폭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이어 “문제는 20% 이상 손실이 추정되는 약 8조원 규모의 자금이 대부분 지수 고점에서 유입됐다는 점”이라며 “20% 이상 손실을 본 신용융자 금액 중 지수 고점 부근에서 유입된 금액이 상당하다”라고 설명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최근 주가 하락은 대부분 증거금 부족에 따른 반대매매에 기인했다”라며 “아직 빚투 청산은 완전히 마무리됐다고 보기 어려워 주식시장에 대한 부담은 더 남아 있을 확률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허 연구원은 “국내 코스피 신용융자 잔고는 시가총액의 0.6%, 코스닥은 시총의 2.7%대로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시총 대비 비율 기준 2017∼2018년 이후 평균(코스피 0.4%, 코스닥 2.3%)으로 회귀한다면 신용융자잔고는 5조원 내외 줄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반대매매 자체가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가 하락이 반대매매를 촉발하는 요인이기는 하지만, 직접적인 인과관계로 이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손주섭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지수와 신용융자비율 추이가 직접적 인과관계로 이해되는 것은 다소 무리”라며 “시가총액 대비 신용융자비율 규모를 따져봐도 코스피의 약 0.58%, 코스닥의 2.80% 수준에 불과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이어 “반대매매가 변동성을 일부 확대시킬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 하락의 원인이 되지 못할 것”이라며 “신용반대 물량에 대한 과도한 수준의 공포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 국내 증시 역시 펀더멘털보다는 경기침체 공포에 따라 낙폭이 과도하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심리적 요인에 주목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손 연구원은 “하락장에서는 높은 신용융자율이 수급상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투자자의 신규 진입을 제한하는 심리적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사실”이라며 “신용융자율이 지나치게 높은 상위 종목에 대해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