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TOP 10 지수’, 2거래일째 상승…전 종목 줄강세IRA 완전 폐지 어려워…자율주행 규제 완화, 새 기회 된다공급망 재구축·에너지 전환과 전동화·자율주행과 SDV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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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국내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제47대 대선 승리에 따른 ‘트럼프 리스크’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더라도 IRA(인플레이션감축법)의 완전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 자율주행 규제 완화 등이 2차전지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줄약세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15일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이 IRA에 근거한 최대 7500달러(한화 약 1045만원) 규모의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등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낙폭은 확대됐다.

    실제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미 대선이 치러진 지난 5일부터 15일까지 9거래일 동안 20.52% 급락했다. 15일에는 3119.91로 거래를 마감하면서 종가 기준 지난 2020년 9월 7일 지수 발표 이후 최저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지수 구성 종목별로 살펴보면 포스코퓨처엠이 -30.46% 하락하며 낙폭이 가장 컸고 ▲에코프로비엠(-30.25%) ▲SKC(-28.35%) ▲에코프로머티(-27.07%) ▲삼성SDI(-26.96%) ▲에코프로(-24.70%) ▲SK이노베이션(-20.64%) ▲POSCO홀딩스(-19.57%) ▲LG화학(-14.06%) ▲LG에너지솔루션(-12.91%) 등 모두 약세를 보였다.

    전기차 시장의 캐즘도 발목을 붙잡았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지난주 국내 배터리 셀 제조사들이 발표한 생산설비 가동률은 LG에너지솔루션 60%, 삼성SDI 68%, SK온(SK On) 46% 등이다. 출하량 반등의 회복 기대감 대비 현실은 여전히 수요 정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셈이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5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전망은 전년 대비 14% 늘어날 것”이라며 “전망에 긍정적 해석이 가능하지만, 중국 시장을 제외한 국내 배터리 기업들에 노출도가 높은 미국·유럽·기타 시장의 성장률은 6% 증가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전 세계 고금리 기조 장기화와 경제 불확실성 속에 일부 국가들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축소 및 중단, 내연 기관 대비 높은 차량 가격, 충전의 불편함, 전기차 화재로 인한 안정성 우려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전기차 수요가 둔화했다”며 “결국 전기차 시장이 자생적으로 커지기 위해서는 지금의 전기차 수요 장애 요인을 해결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배터리 셀, 소재의 기술 혁신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정 연구원은 “특히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는 반면, 한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한국 배터리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 차별화가 절실하다”며 “국내 배터리 셀 업체들은 전기차 시장의 캐즘 시기를 SDV·자율주행 등 기술 변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 가능성과 배터리 기술 변화 등 향후 나타날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을 철저하게 점검하고 대응하기 위한 기간으로 활용해 위기를 또 다른 성장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가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정부는 미국 신정부 정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미국 IRA 보조금 관련 폐지 여부는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밝힌 데다 주가 급락에 따른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이차전지 종목들은 반등세를 맞았다.

    지난 18~19일 2거래일간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5.38% 올랐으며 ▲SK이노베이션(16.96%) ▲LG에너지솔루션(6.06%) ▲에코프로(5.21%) ▲삼성SDI(5.07%) ▲POSCO홀딩스(4.86%) ▲LG화학(3.78%) ▲에코프로비엠(2.81%) ▲포스코퓨처엠(2.33%) ▲SKC(1.84%) ▲에코프로머티(0.56%) 등이 상승곡선을 그렸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은 있지만, IRA 축소 등은 이미 시장에 제기돼 왔던 이슈며 자율주행 규제 완화 등은 전기차 산업에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으로 봤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IRA 일부 수정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으며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2차전지·전기차 산업에 중요한 세액공제·AMPC가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렵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자율주행 관련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는 전기차 산업에 또 다른 인센티브가 될 것이며 자율주행 업체향 상용 전기차 수요도 고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기후변화에 대한 여론 민감도가 크게 하락했고, 정치인들도 가파른 물가 상승에 따른 친환경 정책 속도 조절에 대한 필요성을 감지하고 있다”며 “물가가 각국의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상황에서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을 희생제물로 삼아 그린래시(Greenlash) 정책을 추진하는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비단 전기차뿐만이 아니라 에너지 산업 전반에 걸쳐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급망 재구축, 에너지 전환과 전동화, 자율주행·SDV로의 전환 등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며 “친환경 정책 동력은 속도 조절에 들어서며 다소 변화될 가능성이 높지만, 상기 3가지 구조적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주가 측면에서의 기회는 꾸준히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배터리 대형주들의 현 주가 수준은 여전히 상당한 성장성을 반영하고 있음을 염두에 둬야한다. 성장성은 확고하지만, 가격 부담이 여전하다”면서 “물론 2025년은 올해보다 실적이 회복되는 구간이므로 추가적인 주가 하락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지만, 상기한 구조적 흐름, 즉 공급망 재구축 및 자율주행 레벨 상승 과정에서 적절한 포지셔닝을 구축하고 있어 실적 추정치 상향 조정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은 트레이딩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