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회사채, 민평금리 대비 높은 수준서 거래…최대 80bp↑롯데케미칼, 회사채 재무 약정 위반…사채권자 대상 집회 소집신용도 강등 우려 부각…노이즈 발생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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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그룹이 최근 증권가 지라시로부터 불거진 ‘유동성 위기설’에 대해 사실무근 입장과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강경 대응에 나섰지만, 채권시장에는 여전히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다. 증권가 전문가들도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장 심리는 살아나지 않는 모습이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전날 장외시장에서 2026년 4월 만기의 롯데케미칼 회사채는 민평금리보다 약 70bp 높은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같은 만기일의 녹색 채권은 민평금리 대비 최대 약 80bp 오버에 수백억원이 거래되는 등 손해를 감수하고도 채권을 팔아치우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롯데케미칼은 기한이익상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사채권자 대상 집회 소집에 나섰다. 재무 약정 위반 대상이 된 회사채는 2조450억원 규모다. 

    롯데케미칼의 공모 회사채는 원리금을 갚기 전까지 3개년 평균 ▲부채비율 200% 이하 유지 ▲이자 비용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5배 이상 유지 등 재무비율을 유지하는 약정이 포함돼 있다. 이 중 이자보상배율이 지난 3분기 말 기준 4.3배로 낮아졌다.

    다만, 롯데케미칼과 금융당국은 시장 우려를 선제적으로 덜어내기 위해 주요 채권자들과 만나 조기 상환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일시적 웨이버(적용유예)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롯데지주는 설명자료를 통해 “롯데케미칼은 일부 공모 회사채의 사채관리계약 조항 내 실적 관련 재무 특약을 미준수하게 됐다”며 “관련 조항은 최근 발행한 회사채에는 삭제된 조항으로 롯데케미칼은 사채권자들과 순차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차주 중 사채권자 집회 소집공고 및 내달 중 사채권자 집회 개최를 통해 특약 사항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지주 측은 “이번 현안은 최근 석유화학 업황 침체로 인한 롯데케미칼의 수익성 저하로 인해 발생한 상황이며 회사는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 회사채 원리금 상환에는 문제가 없다”며 “롯데그룹은 계열사들과 원활한 협의를 통해 안정적 경영을 유지하고 필요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해 재무 안정성 관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며 이번 현안 관련해선 롯데지주 중심으로 주채권은행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앞서 롯데케미칼은 회사채 발행과정에서 이익 창출 능력을 담보로 한 약정을 포함했는데, 이는 일반적이지 않으나 과거 견고했던 이익 창출 능력 기반으로 포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최근 라인(LINE) 프로젝트(5조2000억원),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2조7000억원) 등 이익 급락·투자 확대로 약정 위반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조 연구원은 “현재 롯데케미칼의 순차입금이 7조2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해당 투자만 없었더라도 현시점에서 순 현금 포지션이었을 것”이라면서도 “대한항공, 두산중공업, 한진중공업, 한국항공우주 등 과거 사례를 감안할 경우 재무 약정 완화를 통해 해당 문제를 해결한 바 있어 이번에도 사채권자 동의가 확보된다면 재무 리스크 확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의 신용도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 18일 롯데케미칼의 주가 움직임은 노이즈성 과매도로 판단한다”면서도 “단, 석유화학 업황 다운사이클(Down-cycle) 장기화 조짐과 롯데케미칼이 처한 이익 전망치 및 재무 건전성을 감안하면 당장의 매수·매도의 주가 판단보다는 신용도 리스크관리가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그룹의 신용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롯데케미칼의 실적하락으로 회사채 발행 당시 정했던 재무 요건을 미충족한 점이 사채권자 집회에서 얼마나 잘 협의가 되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라며 “해당 건은 협의 가능한 이슈로 보긴 하지만, 그룹 신용도에 악영향을 미치는 건 불가피하고 이미 이슈가 나온 만큼 향후 고금리로 자금을 끌어 써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역시 신용도에 매우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통상 연말에 접어들면 단기자금 시장은 원래도 유동성 경색 우려로 위축된다”며 “이 가운데, 회사채 금리를 70bp씩 높여 거래한 것은 이미 시장이 신용등급을 1노치(단계), 2노치 아래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롯데쇼핑, 롯데건설, 롯데캐피탈, 롯데렌탈 등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회사채도 약세 폭을 넓히고 있다. 이는 지난 16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롯데그룹 공중분해 위기’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게시한 데 이어 관련 내용의 지라시가 퍼지면서 재무 건전성 우려가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앞서 ‘롯데, 제2의 대우그룹으로 공중분해 위기’라는 제목으로 확산된 해당 게시물은 내달 초 롯데가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하고 유통계열사를 중심으로 직원 50% 이상을 감원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롯데그룹 차입금은 39조원으로 재계에서 4번째로 많은데, 그룹 전체 올해 당기순이익은 1조원으로 재계 17위 수준에 그쳐 상환 능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이에 지난 18일 롯데케미칼은 10.22% 급락했으며 롯데지주(6.59%), 롯데쇼핑(6.60%), 롯데렌탈(1.37%) 등도 약보합 마감했다. 이날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 롯데쇼핑은 공시를 통해 “유동성 위기 관련 소문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으며 수사 의뢰 등 법적 조치도 검토 중으로 전해진다. 

    증권가에서도 유동성 위기는 아니라는 데에 힘을 실었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차입금은 2021년 6조8000억원, 2022년 8조5000억원, 2023년 9조2000억원, 2024년 9조7000억원으로 늘었는데, 이는 인도네시아 LINE 프로젝트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때문으로 2023~2024년 투자비가 일시적으로 급증한 영향”이라며 “롯데케미칼은 이미 해당 차입금에 대해 7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기존 2024~2025년 계획 대비 자산 경량화(Asset Light), 운영(Operation) 효율 극대화, 투자 리스크 관리 등을 통해 2025년 차입금을 10조6000억원에서 5조7000억원으로 관리하는 계획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또 전 연구원은 “계열사를 제외한 롯데케미칼 자체 펀더멘탈을 고려한다면 캐시플로우는 우려보다 양호하다”며 “KB증권의 2024년 롯데케미칼 추정 부채비율은 78.6%로 높지 않으며 현금흐름 측면에서도 설비 투자(CAPEX)가 마무리되는데, 연간 감가상각 1조3000억원을 고려한다면 유동성 위기 걱정은 시기상조”라고 했다.